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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축적 패망을 되돌리려면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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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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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 국차장 겸 지식부장

고령화, 빚, 투자유출, 일자리
압축적 국가소멸 네가지 요인
압축성장 비결은 과학·기술
새해엔 지도자·국민 초심을

지난 50여 년 한국의 궤적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압축'이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압축 고속성장이 대략 1990년대까지 이어졌고, 그 터전과 관성에 힘입어 경제적 성취를 이어왔다. 경제뿐 아니라 정치, 사회적으로도 압축적인 시행착오 과정을 거치면서 선진국 대접을 받게 됐다. 압축적이라는 말은 대개의 긍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빨리 빨리' 문화에 익숙한 한국에선 더욱 그러하다. 불가피한 시련과 고통이라면 짧고 강력하게 겪고 지나는 것을 선호하는 민족성이다. 하지만 미래에 필경 맞닥뜨리게 될 한국경제의 어둑한 운명 역시 '압축'이라는 말로 정리될 수 있다. 지금 목도하고 있는 압축적 현실은 때때로 초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음산한 미래를 예고한다. 크게 네 가지다. 압축적인 고령화, 압축적인 빚 증가, 압축적인 투자 유출, 압축적인 좋은 일자리 감소가 그러하다. 그 심각성은 국가의 완전소멸을 걱정해야 할 정도다. 코로나19 사태에 떠밀려 집단적인 마비 증상을 겪고 있을 뿐이다.

네 가지 압축적 국가 소멸 시나리오는 각종 통계를 통해 뒷받침되고 있다. 이러한 압축적 패망 요인들은 치명적인 독소를 뿜어내기 마련이다. 그 자체로 국민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들뿐더러, '내 문제는 내 손으로 해결한다'는 자립심을 갉아먹는다. 개인이 독립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여건이 갖춰져 있지 않으니 필연적으로 정부나 사회의 지원에 의지하게 된다. 늘상 남탓만 하게 되는 것이다. 1960년 이전을 사셨던 어르신들이 들려주곤 했던 그 시절 한국의 처량한 모습이다.

그렇다면 압축적 패망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1960년대 한국인들이 선택했던 방법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과학과 기술이다. "과학기술 행정을 전담할 부서를 올해 설치,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을 도모하겠습니다."

1967년 1월 17일. 박정희 대통령은 이날 국회 연두교시에서 과학기술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과학기술 부서 설치를 공식화했다. 아직도 많은 과학기술인들이 한국 중흥의 역사점 순간으로 꼽는 장면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올해를 위대한 '전진의 해'로 삼아 후손들에게 우리가 '조국 근대화의 신앙'을 가지고 일했다는 기록을 남기겠다"며 "경제계획 5개년 투자순위에 따라 전자공업과 기계, 자동차 공업 등 기간산업 육성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50여 년 후 지금 한국경제의 모습 그대로다.

다시 비결은 과학과 기술이다. 과학과 기술은 줄어드는 인구와 급격한 고령화 충격을 방어해줄 수 있다. 모자라는 청년의 몫을 인공지능(AI)과 로봇이 대체하는 식이다. 이렇게 경제의 지속가능성이 높아지면 부채 증가나 해외투자 유출, 좋은 일자리 감소의 심각성도 낮아진다. 과학과 기술 중심으로 성장하는 국가라면 쓸데없는 걱정이 될 수도 있다.

새삼스럽고 장황하게 과학과 기술을 들먹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한때 과학, 기술을 숭상했던 한국이라는 나라가 초심을 잃었다는 의심이 들기 때문이다. 오늘날 과학기술 발전의 주역은 기업이다. 그런 기업들의 기가 죽어 있다. 각종 제도가 기업인을 못 잡아먹어 안달이 나 있다.

과학자나 전문가의 말발도 예전 같지 않다. 그들의 조언은 비과학적이고 정치적인 아우성에 금세 파묻혀 버린다. 국민들도 마찬가지다. 나라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국민들이 과학적 사고방식을 갖고, 문제 해결에 기술을 동원할 줄 알아야 한다. 요컨대 합리적이어야 한다. 한국이 그렇게 커왔다.

지금은 어떤가. 정부와 정치권이 비과학적이고 비합리적인 명분과 잣대를 국민들에게 강요한다. 자립심이 약화된 국민들은 별다른 의심이나 저항 없이 순응한다. 얄팍한 선동에 너무 쉽게 휘둘린다. 어느새 그렇게 길들여진 것이다.

새해에는 새 지도자를 맞는다. 국민과 지도자 모두 과학과 기술을 중시하는 초심을 되찾았으면 좋겠다. 그게 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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