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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의 고질병은 갈등이다갈등을 부추기는 언론의 이중 잣대가 문제
이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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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0.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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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규철 / 재미언론인, 본지 편집위원 ]


- 사회적 갈등이라는 명제 앞에 한국의 언론들은 자유로울 수가 있나 의심스럽다. 사실 정치인보다 더 사회적 갈등을 야기한 책임은 언론에게 있다고 보아야 한다. 한국 언론의 문제점은 비록 동일한 사안일지라도 상대에 따라 그때그때 다르다는 사실이다 -


MB가 정상회담차 인도 방문길에 딸과 손녀를 동행한 문제 때문에 또 나라가 시끌벅적하다.

민주당은 대변인 성명까지 발표하며 비난과 함께 딸과 손녀의 여행 경비에 대한 국고 환수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청와대 측은 외국 정상들의 경우를 예로 들며 외국 순방길에 가족들을 동행한 예가 있다고 반론을 내놓고 있다. 더구나 MB의 경우 가족들의 여행 경비는 국고가 아닌 자비 부담이기 때문에 더욱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사실 청와대 측의 주장은 관점에 따라 이해될 수도, 문젯거리가 될 수도 있는 사안이다. 과거 한국의 전직 대통령의 경우에는 정상 회담차 외국을 방문하는 경우 가족을 동행한 예가 없었다. 하지만 청와대의 주장처럼 외국 정상들의 경우에 비교한다면 문제가 다르다. 외국 정상들의 경우는 외국 나들이 길에 가족을 동반한 경우는 종종 있었으니 말이다. 클린턴 대통령 시절에는 그의 딸 첼시가 종종 부모를 따라 외국 순방에 나섰던 일이 있다. 부시 대통령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이런 이유로 동일한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도 잣대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 때문인지 소위 진보를 표방하는 성향의 언론들은 마치 물 만난 고기와도 같다. 이미 오래전 고인이 된 초대 대법원장 가인 김병노씨가 ‘공과 사’를 엄격히 구별한 일화까지 장롱에서 끄집어 내가며 비판의 화살을 쏘아대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조·중·동과 같은 보수 성향의 언론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상당히 소극적인 모습이다. 오죽하며 노무현 정권에 몸담았던 모 인사는 만약에 이번 사태의 주인공이 MB가 아닌 노무현이었다면 탄핵을 주장했을 것이라는 볼멘소리까지 했을까. 아무튼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생각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과반수가 넘는 국민들이 청와대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외국 나들이 길에 가족이 동행한 것은 문제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을 보면, 사실 한국 정치권에서 나오는 주장은 별로 귀를 기울일 가치가 없다는 생각이다. 상대측의 주장에 대한 반대를 위한 반대 또 거기에 아니면 그만이라는 식의 주장을 일삼는 것이 그들의 보편적인 습성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국민들이 알권리를 외치며 여론을 주도하는 언론들의 모습 어떤가. 정치인들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다. 며칠 전 한나라당의 원내 부대표인 정미경 의원이 국제교류재단이 경비를 부담한 유럽 방문길에 초등학생인 아들을 동행한 일을 문제 삼았던 것이 동아일보이다. 의원 공식 일정에 초등학생인 아들을 동행한 것은 문제라는 주장이다. 동아측이 문제를 제기하자 정 의원은 아들이 공식 일정에 동행한 것은 사실이지만 비행기 요금을 자비로 부담했다는 주장이다. 사실 MB의 경우와 완전 닮은꼴이다. 한사람은 대통령이고 또 다른 사람은 여당의 초선 국회의원이라는 사실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그런데 두 사건을 바라보는 동아일보의 시각은 천양지차이다. 정 의원의 행적을 두고는 의원들의 공식 일정인 유럽 순방길에 초등학생인 아들을 동행했기 때문에 물의가 빚어지고 있다고 한다. 반면 MB의 가족 동행 문제를 두고는 물의가 아닌 논란의 대상이다.

어디 그뿐인가. MB의 경우에는 동행한 가족들이 경비를 자비로 부담했고 외국 정상들의 경우에도 외국 순방길에 가족을 동행하는 예가 종종 있기 때문에 문제가 안 된다는 청와대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쓰고 있다. 하지만 정 의원에 대해서는 다른 각도로 쓰고 있다. “정 의원은 아들의 비행기 표를 자비로 구입했다고 반박하고 있다”는 식으로 쓰고 있다. 외국의 경우 정상들만 외국 순방길에 가족을 동행한 예가 있고 의원들의 경우는 자비로 가족을 동행한 예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인지...그 논리가 해괴하다는 생각이다.

여하튼 한국 사회의 고질병은 갈등이다. 지역, 세대, 이념, 심지어 종교간 갈등까지 심화되고 있는 형국이다. 물론 이 같은 현상에 대한 절대적 책임은 정치인들에게 있다. “우리가 남이가?”며 지역 간 갈등을 부추긴다. 생산보다는 분배를 강조하며, 자신들만이 복지 정책의 적임자를 자처하며 서민들의 감정을 부추기며 갈등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한국 정치인들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이런 연유로 언론들이 지목하는 사회적 갈등의 원흉들은 정치인들이다.

그렇다면 사회적 갈등이라는 명제 앞에 한국의 언론들은 자유로울 수가 있나 의심스럽다. 사실 정치인보다 더 사회적 갈등을 야기한 책임은 언론에게 있다고 보아야 한다. 한국 언론의 문제점은 비록 동일한 사안일지라도 상대에 따라 그때그때 다르다는 사실이다. 동일한 사안이라도 청와대가 하면 해명이고 초선의원이 하면 반박으로 둔갑한다. 대통령의 가족 동반은 논란이고 초선 의원의 경우는 물의를 빚는다는 식이다.

글 쓰는 이의 생각을 나타내는 칼럼이나 시론 또는 사설과 같은 오피니언 성격의 글에 등장하는 문제점이라면 상관이 없다. 어떤 시각에서 논란으로 바라보느냐 하는 문제는 글쓴이의 생각이고, 또 그 글에 대한 동의 여부는 독자의 몫이니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스트레이트성 기사(사건을 있는 그대로 쓰는 일반보도 기사-편집자 주)’에 있다는 생각이다. 있는 사실을 객관적인 시각에서 보도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진보를 표방하는 언론은 보수에 대해 항시 부정적인 시각에서 기사를 작성하고 또 보수를 지향하는 언론은 반대의 모습을 연출하며 사회적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으니 안타깝다는 말이다. 보수 성향의 언론조차도 대통령과 초선 의원에게 들이대는 잣대가 이중적인 판국이고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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