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우성 / 재미언론인 ]


‘김영옥중학교’에 가면 학교 배너에 등장하는 김영옥 대령의 명언이 있다. ‘리더십’이란 비전과 결연한 의지의 결합물이다. 이 말은 필자가 생전에 김영옥 대령에게 했던 “리더십이란 무엇입니까?”라는 물음에 대한 답변이었다.

김영옥 대령은 이 말을 하면서 일화 하나를 들려줬다.

“내가 오랫동안 심혈을 기울였던 사업하나가 현재 LA다운타운에 있는 일본계 미군 ‘2차 대전’ 참전기념비 건립이었다. 300만 달러가 들어가는 이 사업을 놓고 일본계 일각의 비판이 심해 고통스러웠다. 그러나 제막식이 있자 모두가 자랑스러워했다. 일을 하다보면 항상 부정적 시각에서 보려는 사람들이 있다. 비전과 의지를 갖고 추진하려는 것이 리더십의 본질이다.”

오늘날 이 기념비는 재미일본인사회의 상징이면서 일본계의 막강한 정치적 위상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김영옥연구소는 한국의 몇몇 정치인에 기댄 이권사업도 아니고 남들이 알까봐 쉬쉬하며 추진된 것도 아니다. 생전에 많은 봉사활동을 하면서도 결코 자신을 내세우지 않았던 김영옥 정신도 이으면서 만에 하나 그 이름에 누가되지 않도록 조용히 추진됐을 뿐이다.

그에 대한 한국 국민훈장모란장, 프랑스 최고무공훈장, 한국 최고무공훈장 서훈에서 김영옥 중학교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재미한인사회와 한국이 이미 자랑스럽게 여기며 앞으로도 영원한 금자탑으로 남을 갖가지 일들이 있었다. 실로 많은 시간과 에너지와 재원이 소요됐으나 모두 이처럼 조용히 추진됐다.

사실 김영옥 연구소 설립은 이에 비해 훨씬 넓고 적극적인 재미한인사회의 컨센서스와 동참을 바탕으로 추진되는 사안이다.

실제로 재미한인사회는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 2~3월 김영옥 연구소를 설립해 달라는 청원서를 여야 정치인들을 포함해 한국의 정책결정 시스템에 제출했다. 그런 단체나 인물 가운데는 LA한인상공회의소, 오렌지카운티 한인회, 인랜드 한인회, 한인변호사협회(KABA), 미주 도산안창호기념사업회, 남가주 서울대학교동창회, 남가주 연세대동창회, 한마음 독서회, 민병수 변호사, 김기준 변호사 등 남가주 한인사회 기구나 인사들뿐 아니라 뉴욕한인회, (뉴욕)한인유권자센터 등 동부 한인사회와 캔자스 한인회 등 중부 한인사회도 있다.

본국에서도 대한민국재향군인회,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한국 해양전략연구소가 청원서를 제출했다. 당시 재향군인회장은 지금은 고인이 된 박세직 장군이고 사회발전연구소장 정진성 서울대 교수는 한국인으로는 유일한 UN인권위원이며 해양전략연구소장은 안병태 전 해군참모총장이다.

지난 7월 출범한 김영옥 연구소 이사진 명단에는 뉴욕의 사업가나 루이지애나 목사도 있다. 뉴욕의 또 다른 사업가는 보다 체계적으로 동참할 방법을 모색 중이기도 하다.,

재미한인사회 이슈 가운데 이 정도로 서부, 중부, 동부 한인사회가 창원서를 내놓고 남가주를 중심으로 조용히 전개되는 모금에 타 지역 한인들이 함께 주머니를 터는 사례가 몇 번이나 되는지 잘 모르겠다. 재미한인사회가 관련된 이슈에 이 정도로 본국 지도자들이 정치적 이념을 떠나 힘을 합치는 이슈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사회 출범을 앞두고 재미한인사회가 하나의 목소리를 내지만은 않을 것임은 예견된 일이었다. 그러나 레지옹도뇌르와 태극무공훈장과 ‘김영옥중학교’에 대해 그렇듯 김영옥연구소에 대해서도 모두가 환영하고 자부심을 갖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