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재우 / 경희대 교수 국제정치학

1870년대에 오면서 동아시아에 새로운 매력적인 나라가 미국 눈에 들어왔다. 이는 일본이었다. 일본의 개국은 1854년 ‘미일화친조약’의 결과였지만 일본 근대화는 1868년 메이지유신에서 본격적으로 뒤늦게 시작됐다. 이를 감안해도 미국의 관심이 중국에서 일본으로 전환된 것은 가히 급속하게 이뤄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미국 내에 만연한 반중정서도 이에 일조했다. 가령, 1879년 하버드대는 중국어 과목을 폐지했다. 또한 중국 근대화가 더뎌지면서 중국시장도 매력을 잃어갔다. 1864년 900만달러였던 미·중 무역규모는 1875년에 100만달러로 하락했다. 미국 상인들은 자연히 일본으로 눈을 돌렸다.

▲ 1854년 미일화친조약 당시 장면. [출처:위키피디아]

미국의 일본 진출은 전략적인 면도 있었다. 일본을 중국 진출의 발판으로 삼길 원했다. 일본에게는 경제적인 이유가 미국과의 관계 발전의 동인으로 작용했다. 근대화에 필수불가결한 원유와 철강을 세계 최대 생산국인 미국에 의존해야 했기 때문이다. 미·일 양국의 일치된 전략적 이익이 양국 관계의 발전을 추동했다.

미국이 중국보다 일본에 더욱 매력을 느끼게 된 것은 서구화에 대한 일본의 열정이었다. 그리고 그 열정을 현실로 만들겠다는 노력 때문이었다. 이런 노력 탓에 양국은 뭔가 통하는 것이 생긴 것이다. 가령, 외교에서도 일본인들은 이를 의복 양식에서도 보여줬다. 서양인들과의 만남에서 이들은 미국제품 ‘브룩스 브러더스’ 양복을 입고 나갈 정도였다.

개혁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근대헌법 제정의 기준에서 보면 메이지유신은 1898년에 종료되었다. 이 기간 중 일본 근대화는 급속도로 이뤄졌다. 그 결과 매력적이었던 나라가 미국에 도전적인 눈엣가시로 변했다.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중국과 일본이라는 두 큰(?) 나라와의 관계를 균형 있게 발전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특히 제국 열강의 후발주자 일본의 야욕이 미국에 대한 도전도 마다하지 않게 된다. 오늘날 중국과 일본의 역할이 바뀐 상황에서 두 나라와의 관계에서 미국의 입장이 반대되는 격세지감을 느낄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