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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사단 건물을 보존해야 하는 이유
미주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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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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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유회 / 사회부장

   
 

USC 인근 제퍼슨 불러바드와 카탈리나 길에 있는 흥사단 건물은 USC 캠퍼스 안에 있는 한국학연구소 건물과 함께 도산 안창호와 한인들의 독립운동 정신, 미국 시민으로 자강하겠다는 의지가 깃들어 있는 곳이다. 1913년 도산이 창립한 흥사단은 독립운동 단체인 신민회 산하 기관으로 시작해 온갖 어려움에도 독립자금을 모으고 인재를 양성했다. 도산은 “임시정부는 피로 세운 정부이며 국민 된 자가 받들 의무가 있다. 미주 동포들이 인두세 1원씩을 내서 임시정부를 유지하자”고 호소하며 미주에서 독립자금을 모았다. 이 건물에는 도산의 지도력과 고단하게 번 돈을 독립자금으로 낸 한인들의 뜨거운 애국정신이 남아있다

흥사단 건물에는 이민자의 자립 의지도 들어있다. 1900년대 초 소수계의 지위가 오죽했으랴. 도산은 멸시 당하던 동포와 함께 리버사이드 농장에서 오렌지를 따며 “오렌지를 하나하나 정성껏 따는 게 곧 나라를 위하는 것”이라고 자강 의지를 새겼다. 멸시를 원망하기 전에 대접받는 사람이 되기에 노력하자는 것은 독립을 위해 나를 강하게 만들자는 준비론이기도 하며 조국을 잊지 말되 훌륭한 미국 시민이 되라는 이민자로서의 지표이기도 했다.

흥사단 건물이 개발업체에 팔려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는 본지의 보도와 함께 한인사회에서 보존 노력이 뜨겁게 일고 있다. 개발업체에 팔리는 지경에 이른 것은 한인사회와 한국 정부 모두 되새겨야 하지만 더 늦기 전에 보존에 힘을 모으는 것은 다행이다.

흥사단 건물 소실 위기를 보며 그동안 박물관과 상징물을 세우려 했던 한인사회의 노력을 되짚게 된다. 10여 년 전부터 한인사회는 한미박물관을 비롯해 마당·게이트웨이 프로젝트 등을 추진했다. 아마도 시기상 이민 세대 교체를 예감하고 다음 세대에 역사를 물려주고 커뮤니티의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구현해야 한다고 직감했을 것이다. 마침 한인사회의 위상과 경제력은 프로젝트를 감당할 만했다.

안타깝게도 이들 프로젝트는 야심차게 출발했으나 뚜렷한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2013년 LA시와 연 1달러에 50년 부지 임대 계약을 맺은 한미박물관은 아직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다울정 옆에 LED 아치를 세우는 게이트웨이 프로젝트와 미니 공원을 조성하는 마당 프로젝트는 한인타운의 랜드마크를 만들자는 취지로 2008년에 시작됐지만 사실상 무산되거나 동력을 잃은 것이 현실이다.

흥사단 건물 보존 노력이 일고 있는 지금 우리가 무언가 놓친 것은 아닐까 자문하게 된다. 역사는 계승에서 시작하는데 이전 세대의 역사와 유산을 받기보다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생각에 몰두한 것은 아닐까. 과거는 등한시하고 미래에 집중한 것은 아닐까. 이미 있는 것은 소중하게 여기지 않고 새로운 것을 만드는 데 욕심을 부린 것은 아닐까.

오히려 USC는 도산 가족이 살던 집을 허물려다 한인들이 반대하자 복원해 한국학 연구소로 사용하고 있다. 이 건물은 아마도 시간이 흐를수록 태평양 시대의 세계적 대학을 지향하는 UCS의 정체성을 더욱 빛나게 할 것이다.

한인의 역사를 물려주든, 정체성을 구현하든 그것은 한인타운이라는 지리와 눈에 보이는 구조물로 귀결된다. 시간이 지체될수록 장소를 구하기도, 원하는 대로 구조물을 세우기도 어려워질 것이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을 선택하고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가 되었다. 흥사단 건물 보존은 그 시작으로 삼기 좋다. 보존에 성공하면 그 자신감은 다음 프로젝트를 완성할 힘이 될 것이다. 지리적으로도 좋다. 흥사단 건물을 가리키며 우리의 역사가 저기에서 시작됐다고 말하고 조금 북쪽의 박물관을 가리키며 우리 세대의 역사가 여기 있다고 자랑할 수 있다. 다음 세대는 그 옆에 그들의 역경과 성취를 담은 박물관을 세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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