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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올림픽엔 감동이 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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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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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장민석 기자]

“아빠, 마이멜로디 굿즈 꼭 사와.”

도쿄올림픽 출장을 위해 짐을 싸는 기자에게 초등학교 3학년 딸이 이런 부탁을 했다. 마이멜로디는 헬로키티의 친구 격인 캐릭터. 40대 초반인 기자의 방 한구석에는 대형 토토로 인형이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1988년 작 ‘이웃집 토토로’는 기자가 가장 좋아하는 ‘아니메(일본 애니메이션)’다.

   
▲ 3일 일본 도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도쿄올림픽 개막식에서 각국의 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예정보다 1년 늦게 막을 올린 도쿄올림픽 개막식에는 IOC 관계자, 외교사절 등 1천명 정도의 인원만 직접 자리를 지켰다.[ 2021.07.23 도쿄=이태경 기자]

어린 시절 또래 친구들은 드래곤볼에 나오는 손오공을 흉내내며 허공에 에네르기파를 쏘곤 했다. 농구 만화 슬램덩크가 히트를 쳤던 중학 시절엔 리바운드 잘하면 강백호, 3점슛 잘 쏘면 정대만이라 불렸다. 축구 한·일전이 열리면 일본한텐 질 순 없다고 “대한민국”을 외쳤지만 우리들은 ‘아니메’ ‘망가(만화)’의 주인공들과 함께 자랐다. 세대에 따라선 포켓몬스터나 나루토가 그런 존재일 것이다. ‘왜색’에 젖었다고 비난할 일 아니다. 요즘 세계 젊은이들이 K팝과 한국 드라마에 열광하듯 ‘아니메’와 ‘망가’ 인기는 글로벌 현상이었다.

   
▲ 장민석 기자

2016 리우올림픽 폐회식에서 차기 개최지 도쿄 소개 홍보 영상은 그런 인기를 반영한 내용으로 채워졌다. 캡틴 쓰바사, 도라에몽, 헬로키티 같은 인기 캐릭터가 줄줄이 등장했다. 하이라이트는 아베 신조 당시 총리가 수퍼 마리오로 변신해 나타난 순간이다. 예고편이 저리 화려한데 본편은 얼마나 대단할까 싶었다. 교도통신은 작년 1월만 해도 “개회식에서 다양한 아니메 캐릭터가 등장해 평화와 공존의 메시지를 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3일 개회식이 막을 올렸다. 일부 기대했던 장면이 나오긴 했다. 선수단이 입장할 때 ‘파이날 판타지’ 등 유명 게임의 배경 음악이 흘러나왔고, 국가 이름을 적은 팻말은 만화의 말풍선 모양이었다. 하지만 무릎을 칠 만한 ‘한 방’은 없었다. 개회식이 끝날 때까지 국내 인터넷 커뮤니티엔 ‘포켓몬은 안 나오나요?’ ‘그래도 마리오는 나오겠죠?’ 등의 질문이 쉴 새 없이 올라왔다.

왜 보이지 않았을까. 몇몇 일본 기자에게 이유를 물었다. “아니메 캐릭터가 등장하기엔 지금 사회 분위기가 너무 무겁다”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축제 분위기를 낼 순 없었을 것” 등의 대답이 돌아왔다. 사실 도쿄에 와서 방역 수칙 때문에 일본 시민과 직접 만날 기회를 갖지 못했다. 적막한 개회식을 보고 더 확실히 실감했다. 도쿄올림픽이 코로나와 함께 열린다는 사실이다.

이번이 세 번째 하계올림픽 현장 취재다. 코로나가 바꿔 놓은 텅 빈 관중석 풍경은 너무도 낯설다. 하지만 24~26일 양궁 혼성·여자·남자 단체전 금메달 현장에서 느낀 가슴 뭉클함은 지난 런던·리우 대회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래도 올림픽이다. 많은 이들을 즐겁게 했던 캐릭터, 각국 응원단의 열띤 함성은 없어도 우리 가슴을 뛰게 할 선수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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