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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의 ‘과감한 목소리’가 듣고 싶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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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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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현 / 미국 솔즈베리대 정치학 교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발언에서 촉발된 정부 부처 존폐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달 초 이 대표는 “여성가족부라는 부처를 둔다고 젠더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 것처럼 통일부를 둔다고 통일에 특별히 다가가지도 않는다 … 이번 정부 들어서 통일부가 무엇을 적극적으로 했는지” 모르겠다며 여가부에 이어 통일부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습니다. 정부, 여당 그리고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왔죠. 신문 칼럼도 쏟아지고 TV 토론도 이어졌습니다. 자주 그렇듯 이번에도 논쟁은 본질을 피해 가는 듯합니다. 여성가족부의 존폐 논란 이면에는 여러 문제가 깔려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를 외면한 채 최근의 논란은 누가, 얼마만큼 피해를 봤느냐에 국한되어 있습니다. 이럴 경우 논쟁은 본질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죠.

통일부를 두고 오가는 논쟁도 본질을 피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의 발언에 통일부 대변인은 “통일부는 … 남북 간 평화공존과 공동번영을 앞당기기 위해 존속되는 것이 마땅”하다는 뻔한 대답을 했습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분단을 극복·해소하기 위한 기관이 정부 안에 없다면 그것이야말로 비정상이다”라며 좀 더 적극적 대응을 했습니다. “이(준석) 대표의 섣부른 현실 인식에 대한 의구심만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식의 뜬구름 잡는 비판도, 작은 정부를 추구하는 게 올바르냐는 식의 초점을 빗나간 비판도 흔하죠. 더 나아가 “얄팍한 정략적 계산 … 포퓰리즘 행태”라는 비난도 많습니다. 통일부가 일을 잘하고 있느냐는 물음에 대한 비판들은 이준석 대표를 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국무총리실은 부처별 업무 평가를 매년 발표합니다. 문재인 정부의 통일부 평가를 보면 최상위 등급을 받은 2018년을 빼고 2017, 2019, 2020년 계속 최하위 등급(‘미흡’)을 받았습니다. 국정과제 수행의 부족함이 사실이었다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통일부 자체 평가를 볼까요. 2021년 통일부 업무 보고를 보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일관적 추진’이 첫째 업적으로 나옵니다. 그 노력 자체도 중요하지만 추진 그 자체가 업적, 그것도 가장 큰 업적일 수는 없습니다. 평화 프로세스가 구체적 성과를 내야 업적이라 할 수 있죠. 남북 긴장이 이어지는 현실을 고려하면, 노력만으로 후한 점수를 주기는 힘듭니다. 긴장 완화가 없지는 않았습니다. 2018년 남·북·미 정상회담이 이어지며 큰 진전이 있었지만, 통일부의 공은 아니었죠.

이런 비판에 통일부 관계자들은 억울해할 수 있습니다. 자국의 이익을 앞세우는 초강대국인 미국과 핵프로그램에 나라의 명운을 건 북한 사이에서 통일부가 취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은 아주 좁기 때문이죠. 이런 맥락에서 “남북관계 경색 국면 장기화로 전반적인 통일에 대한 기대감 하락”을 미흡한 면이라 자평했지만, 통일부 탓은 아닙니다. 사실 통일부가 더 억울한 대목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통일이라는 관념이죠. 통일부가, 아니 한국 사회가 추구하는 통일은 어떤 것입니까? 막연한 생각이야 다들 하지만 딱 거기까지입니다. 막연하게 남한의 북한 흡수를 상상하지만, 그게 가능할지, 바람직할지, 하면 어떻게 할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게 아니면 대안은 무엇인지도 모르죠. 모를 수밖에 없습니다. 두 나라를 평화적으로 합치는 일은 쉽지도 않고, 전례도 거의 없으니까요.

2021년 남과 북은 1953년에서 멀리 가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통일을 외치고만 있죠. 걸음마도 못 뗀 아기에게 운전하라는 꼴입니다. 문제는 이준석 대표도, 통일부도 아닙니다. 통일이라는 안개 속에 자신을 가두고 우왕좌왕해온 우리들이 문제죠. 안개를 거두고 남과 북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냉철히 따져봐야 합니다. 통일부는 자기만의 과감한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국가보안법 철폐를 주장하며 다른 부처와 다투는 모습도 상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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