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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방역’이 문제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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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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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희창 / 수석논설위원

정부 낙관할 때마다 대유행 덮쳐
오판, 안이한 방역정책 큰 문제
백신수급 못해 희망고문만 반복
신뢰 잃으면 방역 성공 어려워

   
 

우려했던 상황이 기어코 터지고 말았다. 수도권에서 역대 최고 수준 방역 대책인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됐다. 오후 6시 이후에는 사적 모임을 2명까지만 허용하는 등 시민의 기본권을 극도로 제한한 것이다. 사실상 ‘야간 통금’이다. 백신 접종자들도 예외가 없다. 듣도 보도 못한 강력한 조치다. 정말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에서 살게 됐다.

지난달 정부가 7월이면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백신 접종자는 여러 방역 조처에서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한 걸 떠올리면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러잖아도 삶의 벼랑 끝에 선 영세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의 한숨 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방역 실패는 이번에도 국민의 인내로 뒷감당해야 한다. 정부가 국민에게 고통을 요구하는 것 외에 제대로 하는 일이 뭐가 있는지 의문이다.

일이 이 지경까지 이른 데에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 방역 전문가들은 “델타 변이가 지배종이 되는 건 시간문제”라며 4차 대유행을 일찌감치 경고했다. 그런데 정부는 오히려 거리두기 수위를 낮췄다. 고위험군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의료대응 능력이 높아졌다는 이유에서다. 휴가철이 목전이고 확진자도 증가 추세라 방역을 더 강하게 관리하는 게 상식인데 거꾸로 갔다. 정부의 잘못된 방역 메시지가 화를 키운 것이다.

문제는 이런 오판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청와대 5부 요인 모임에서 “K방역으로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자화자찬했다. 이 발언 직후 확진자가 800명 선으로 치솟았다. 지난해 11월30일 문 대통령이 “방역·경제 모두 세계의 찬사를 받고 있다”고 했지만, 10일 뒤 확진자가 처음으로 1000명을 돌파했다. 대통령과 정부가 낙관할 때마다 대유행이 덮친 셈이다. ‘정치 방역’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방역 전선을 무너뜨린 주범으로 2030세대를 지목했다가 “백신도 안 주면서 우리에게 책임을 돌리느냐”는 반발을 샀다. 정부가 시그널을 잘못 보내놓고 젊은이들이 돌아다녀서 4차 유행이 된 것처럼 몰아가는 건 책임 전가 아닌가. 종로 한복판에서 벌어진 민노총의 대규모 불법집회를 막지 못한 건 뭐라고 설명할 건가. 자영업자들의 인터넷카페에선 “민노총 8000명은 되고 3명 모임은 안 되느냐”는 항변이 터져 나온다.

그제 55∼59세 대상 백신 사전예약은 반나절 만에 중단되는 어이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어설픈 일처리로 불신을 자초한 것이다. 정부는 사전에 접종계획을 발표하며 백신 물량이 얼마인지 언급하지 않았다. 백신 확보도 못 하고 예약받는 건 무슨 배짱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국민을 우습게 보는 것 아닌가.

사정이 이런데도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야당은 청와대의 방역 실무 총책임자인 기모란 방역기획관을 경질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묵묵부답이다. 국민에겐 희생과 고통 감내를 요구하면서 정부의 거듭된 백신 및 방역 정책 실패는 어물쩍 넘어간다면 누가 정부를 믿고 따르겠나.

이번 4단계 조치의 최대 피해자는 영세자영업자·소상공인 등이다. 회사 근처 식당 주인의 허탈한 표정과 자영업자들이 눈물을 흘리며 인터뷰하는 장면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소상공인들의 빚이 1억7000만원을 넘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여당과 정부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 대상 비율을 놓고 갈등만 빚고 있으니 답답할 뿐이다.

코로나 사태 1년 반 동안 국민은 정부의 방역수칙을 충실하게 따랐다. 모이지 말라고 하면 모이지 않았고, 마스크를 쓰라는 요구도 순순히 받아들였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시위가 연일 일어났지만, 우리 국민은 접종에 동참했다. 그럼에도 국민에게 돌아온 건 고통 연장과 정부에 대한 불신뿐이니 허탈하다.

재난 대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과의 소통이다. 정부가 신뢰를 잃으면 방역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정부는 방역 실패를 뼈아프게 반성하고 국민의 협조를 구해야 한다. 헛구호만 외치지 말고 백신을 조속히 확보하는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 더 이상 과학이 아닌 정치가 방역에 개입해선 안 된다. 지긋지긋한 희망고문은 그만 끝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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