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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일본 가야 하나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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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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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 논설위원

   
▲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8일 코로나19 긴급사태 관련 기자회견이 도쿄 도심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을 통해 생중계되고 있다. [도쿄=AFP연합뉴스]

도쿄올림픽 개막에 맞춘 문재인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두고 한일 정부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최근 청와대 당국자의 발언을 종합하면 우리 정부의 판단은 충분한 대화가 가능한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일본을 방문할 수 있다는 쪽이다. 스가 일본 총리는 양국 현안인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한국 측의 책임 있는 대처를 요구한다”는 전제하에 “외교적으로 정중히 대응하겠다”고 했다. 정중한 대응이 15분 인사일지, 1시간 회담이 될지는 알 수 없다.

이런 상황이 낯설지 않다. 처지는 반대이지만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 아베 총리가 한국 방문을 고민했던 적이 있었다. 당시 방한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던 일본 언론이 간다, 안 간다 하며 일부 오보까지 냈지만 결국 참가로 결론이 났다. 일본 여론도 참가가 낫다는 쪽이었다. 당시는 문재인 정부의 위안부 합의 파기가 민감한 현안이었다. 두 정상이 올림픽에서 만난다고 이 문제가 풀릴 거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직접 할 말 하겠다”며 온 아베를 우리 정부는 1시간 회담으로 환대했다.

K방역의 성과까지 더해진 한국의 외교적 약진이 도드라진다. 최근 주요 7개국(G7) 회담 참석에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선진국 그룹 진입은 우리의 외교적 지평이 넓어진 것은 물론 국가 이미지가 과거와 차원이 다르게 상승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때문에 한일 갈등이 더욱 도드라져 보이는 측면이 없지 않다.

아베 방한 이후 양국 사이에 악재만 늘었다. 위안부 문제가 해법을 찾지 못하던 중에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까지 겹치며 수교 이후 최악의 상황이 3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은 과거사를 결자해지의 태도로 풀어가겠다는 생각이 없다. 과거사 문제에 대한 보복으로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했지만 손해는 자국 기업에만 끼치고 한국의 반감을 키웠다.

솔직히 일본 정부도 여론도 문 대통령의 방문을 고대하는 눈치는 전혀 아니다.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가 성화 봉송 지도에 독도를 자국 영토로 표시했다는 이유로 ‘올림픽 보이콧’ 주장까지 나오는 마당이니 문 대통령 방일에 국내 여론이 부정적인 것도 이해할 만하다. 그렇다고 대화로 문제를 풀기 위해 방문해야 한다는 논리도 틀리지 않다.

안타깝지만 문 대통령이 일본을 가든, 가지 않든 한일 관계가 달라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한일 정부가 서로에 대한 기대를 접은 지 오래이고 무엇보다 두 정상 모두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과거사 갈등은 양국 모두 여론이 민감하게 여기는 사안이면서 서로 정치적 양보를 하지 않고는 풀기 어려운 문제다. 지금까지 풀지 못한 숙제를 이 시점에서 여론의 비판을 감수하며 정치적으로 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다음 정권이라고 이런 사정이 다르진 않을 것이다.

'미래지향적 관계'가 지금처럼 알맹이 없는 구호로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비록 시간이 걸릴지라도 한일 모두 눈앞의 갈등보다 서로를 정치적 계산이나 이념을 덧칠하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는 여유와 역량을 키워야 한다. 일본은 과거사 문제에서 국가 간 약속에만 연연할 게 아니라 피해자 인권 존중의 정신을 앞세워야 한다. 한국은 침략의 잣대만 들이댈 게 아니라 국제사회의 중요한 파트너로서 일본을 인식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

문 대통령의 방일은 올림픽 개최를 축하하고 우리 선수단을 응원한다는 명분이 있다. 그러지 않아도 환영받지 못하는 올림픽에 정상으로 드물게 참석했는데 인사만 받고 돌아가라면 누가 봐도 모양새가 좋지 않지만 그 문제는 일정 단축으로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소모적인 감정 대립을 넘어서 대외적으로 인정받을 품격 있는 외교를 묵묵히 해나가는 것이 길게 보아 한일 외교전에서 이기는 정공법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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