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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에 사라질 뻔한 인류의 재산...한글, 한류, 막걸리
이수경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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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0.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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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일본 도쿄가쿠게이대학 이수경 교수가 일본의 한 시사 주간지(‘週刊新社’)에 ‘한일병합 100주년’에 즈음한 신년 특집기사로 기고한 내용이다. 본지는 이 교수가 보내온 원고를 편집하여 게재한다. -편집자 주


   
▲ 이수경 / 도쿄가쿠게이대학 교수 
일본에서 최근에 높은 인기를 얻으며 파급되고 있는 것 중에 한국 막걸리가 있다. 원래 막걸리라는 말은 “막 걸러낸(맑은 부분을 따로 걸러내지 않고), 적당히 여과 시킨 술”이란 뜻으로 술 색이 하얗고, 짙은맛에, 농촌에서 논밭 일을 할 때 농부들이 즐겨 마신다고 하여서 농주라고 불리기도 했다.

각 지방마다 독특한 제조법을 가진 막걸리가 있고, 현재 한국에서는 와인과 더불어 인기가 높다. 그 중에서도 한국의 전통 막걸리 제1호로 지정되어 제조 비법을 고수하며 일정한 양밖에 생산하지 않는 부산 금정산성에 있는 한 막걸 리가 ‘서울문화투데이’의 문화대상을 수는 수상하였다기에 필자도 학술대회에 참가 후, 취재 가는 지인과 동행을 했다. 그 미묘한 맛을 내는 독특한 누룩 만드는 방법이나 코끝이 싸-한 누룩향의 유지방법, 불순물을 섞지 않은 양심적 제조법과 전통을 계승하는 고집스런 의식이 높이 평가된 것이다.

그러나 원래 이 술은 근대사 속에서 소멸될 뻔 했던 귀중한 술이다. 금정산성에 위치한 이 막걸리 회사가 술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일제 강점기 때이다. 전통적인 조선의 술 제조를 금지해 온 일본 측의 엄한 감시를 피해서 부산의 험난한 동래산성의 산 속에서 밀조 주를 만들어 온 역사의 부산물이다. 그렇기에 일반 보급이 되는 일이 별로 없었고, 해방 후에 겨우 빛을 보게 되어 당시의 박정희 정권 때에 그 역사의 뒤안길에서 우직한 전통과 한국의 맛을 보존해온 고집을 평가받아 전통 막걸리 제 1호로 제정되었다. 지금은 식민지 시대에 금지 당했던 그 막걸리가 건강과 미용에 좋은 술이라고 하여 누룩제조법을 규명하기 위해 찾아오는 일본 업체가 많다고 한다. 참고로 필자는 일체 술을 못 마시는 체질이지만, 현지에서 권유받은 이 술을 맛보고선 소박한 맛에 매료를 느껴서 최근에는 일본에서 구입가능 한 막걸리나 복분자 술을 간혹 즐기기도 한다.

   
일제 강점기가 지속되었다면 우리는 자칫하면 거대한 세계적 유산과 소중한 문화들을 잃는 손실을 입었어야 했다. 최근, 일제 강점기에 잃을 뻔 했던 한국의 문화를 재평가하는 움직임이 ‘한일병합 100주년’을 맞이하여 다양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상실될 뻔 했던 소중한 문화중의 하나가 바로 ‘한글’이다. 15세기에 과학적으로 만들어진 인류의 재산이자 한국 고유의 언어지만 일제 강점기에 한글 사용이나 한민족의 역사교육이 금지 당하자 민중의 반발도 심했다. 1942년에는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인해 숱한 언어학자들이 희생되는 등, 소위 한민족 문화의 말살정책이 행해졌지만, 반대로 사람들이 한글에 대한 애착을 가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일본이 패전하고 한국이 광복되자 그때까지 행해졌던 폭압에 대한 반일감정이 표출되었고, 우리의 소중한 언어를 하루 속히 되찾아야 한다는 의식들이 더해져 한글 사용이 중시되었다. 국경을 초월하고 인류가 지구촌 각지로 이동하는 다문화 사회로 향하는 궤도 속에서 한글의 우수성과 독특하고 다양한 표현력은 사용하기 편한 효율적 기능을 가지면서 많은 외국에도 알려지는 언어로 발전하게 되었다. 2007년, WIPO(세계지적재산권기구)는 한국어를 183개국의 만장일치로 국제 공용어로 채택하였고, 지금은 지구촌의 7000만을 넘는 외국인들이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일본에서는 수능시험에 해당하는 대학입시 센터 시험의 정식 외국어 과목으로 2002년부터 지정되어 2010년 현재 일본의 고등학교에서 7000명이 넘는 학생들이 한국어 수업을 듣고 있다. 모음과 자음의 결합으로 만들어지는 과학적인 언어이고 배우기 쉬워서 인도네시아의 소수민족인 찌아찌아족의 공용표기어로도 지정되어 있으니 다양한 한글문화가 창출되고 있는 셈이다.

돌이켜보면, 일제강점기에 한국에서 어제까지 사용되었던 말이 갑자기 금지당하고, 일본어 사용이 강요되었다는 것은 참으로 잔혹한 언어문화의 말살정책이었음을 알 수 있다. 만약 일본이 어느 날 거대한 강대국의 지배하에 놓여지고, 지배국의 언어만을 강요당하며, 반대하는 많은 사람들이 탄압당하는 것을 상상해본다면 당시 한국의 상황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2010년은 일제에 의해 한국이 병합된 지 100년이 되는 해이다. 동아시아 전역에는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 통치나 전쟁의 상흔들이 각지에 남아있고, 100년 지닌 지금에도 청산되지 못한 역사로 말미암아 전후(戰後) 일본이 국제사회에 기여한 활동과 공헌조차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으며, 강대국의 그림자에 가려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정과 국가의 전통과 역사를 소중하게 생각하며 지켜온 민족에게, 역사를 왜곡하고 무력적 탄압으로 창씨개명을 강요하며 오랜 세월 사용해 온 고유의 언어나 역사를 금지하는 억압적 지배 행위가 계속 되었다면, 5000년의 역사를 꽃피워온 수많은 한반도의 전통이나 우수한 문화가 말살됐을 것이다. 한국어가 소멸했다면 군국주의에 의해 난자질을 당하며 상처받았던 그 많은 사람들을 위로하며 지탱해 온 주옥같은 문학작품이나 음악도 사라졌을 것이다. 그리고 현대 사회에 지치고 방황하며 허탈해 하던 숱한 일본 사람들의 가슴을 아름다운 언어로 치유하며 삶의 윤활유 역할을 해 오고 있는 한류문화도 결코 태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일본어 사용이 강요되고 한국어 사용 금지당하는 세월이 계속되었다면 한국인의 가슴에 치밀어 오르는 감정은 다른 커다란 가스덩어리가 되어서 더욱 더 처참한 결과를 초래했을지도 모른다.

세계는 크나큰 블록화된 경제권으로 나누어지고 있다. EU나 아프리카 연합, BRICs(브라질__러시아__인도__중국)나 ASEAN+3(한중일)등, 국제사회의 움직임도 급변하고 있다. 그리고 한류나 일류(日流), 화류(華流)로 불리는 현대의 문화 컨텐츠(소프트)의 수출 성공과 더불어 정부 지원의 문화컨텐츠 개발이 새 시대의 과제가 되고 있다.

시대를 읽는 현명한 사람이라면, 한 국가나 민족이 가질 수 있는 한계를 인식할 수 있다. 또 국경을 초월한 협력과 문화적 파트너십의 돈독한 결속을 이뤄내지 못하는 나라는 험난한 세계 경제의 파도 속에서 국가의 존속이 어렵게 될 것이라는 점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한국의 이명박 정권도, 한류를 우호적으로 받아들이는 일본의 하토야마 정권도, 그리고 중국의 차기 지도자로 주목받는 시친핑 부주석도 ‘동아시아 공동체’를 주창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류사에 사상과 종교 전쟁이 없었던 역사 문화권인 동아시아는 그동안 배출해온 수많은 인재와, 각 나라마다 가지고 있는 독창적인 다양한 문화를 서로 공유, 제공, 개발, 협력하는 공생의 길을 추구하여 동아시아의 바람직한 상생의 청사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제 동아시아 각국 수장들이 정치적 견해를 일치시킨 이상, 미래지향적 자세로 신뢰 구축에 필요한 과거의 사실 규명에 최선을 다하며,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과거의 아픔을 이해하고 치유하는데 서로 배려하고 협력하는 노력들이 선결과제이다.

전후 역사인식이란 미래를 위한 지침이고, 과거의 불행을 배우며 내일을 위해 향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하루속히 동아시아의 근대의 불행을 종식시키기 위해 일본은 과감한 결단으로 역사청산에 앞장서야 하고, 각계의 전문가와 학자들의 공동 연구와 풀뿌리 시민교류의 활성화, 내일의 희망인 청소년과 교사들의 한중일 국제 교류가 활성화 되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정부와 민간 차원의 교류와 협력의 규모를 확대하는 노력이 병행 되어야 하며, ‘동아시아 문화 공동체’란 말이 가식적인 정치 슬로건으로 끝나지 않도록 동아시아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내일의 시금석이 될 무게 있는 행동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일본은 부담스런 희생을 치르더라도 정직한 역사 청산으로 동아시아의 신뢰를 얻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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