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서 건너온 사람들과의 인연

구 이카이노(현, 이쿠노구(生野區)) 일대는 주민 4분의 1이 한국국적과 조선적인 일본 최대의 코리아타운이다. 그리고 1400년 전에는 많은 한반도에서 건너온 사람들이 이주하여 '백제군'이라는 지명으로 불린 역사의 보고이기도 하다.

▲ 아지로 켄지로(足代健二郞) 씨

향토역사연구가이자 오사카부 문화재 애호 추진위원이기도 한 아지로 켄지로(67)씨는 이러한 역사의 인과에 매료되어 고대의 이카이노와 현재의 이쿠노구의 역사에 관한 '이카이노 탐방회'(강신영=姜信英 대표)에서 사무국장을 역임하고, 재일교포와 일본인 및 고대부터의 한반도와 일본의 관계를 연구해 왔다.

아지로 켄지로가 태어난 곳도 자란 곳도 이카이노. 코리아타운의 한가운데에 있는 미유키모리(御幸森) 초등학교에 다녔다. 당시 동급생은 일본인과 재일교포가 반반이었다. 재일교포 친구들에 대한 나쁜 기억은 전혀 없다고 한다. 아지로 씨가 어렴풋이 재일교포 상(像)을 갖게 된 것은 정시제 교교 2학년 때부터다. 가업을 돕게 되어 재일교포와도 일로 거래를 하면서 접촉할 기회가 늘면서부터였다.

그는 "형편이 여의치 않고 생활이 어려웠기 때문일 것이다. 외상판매금의 지불이 좋지 않은 사람이 많았다. 알기 쉽게 예를 들자면 영화 '피와 뼈'의 주인공 김준평(金俊平)과 같은 1세가 인상적으로 눈에 띄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아지로씨의 재일교포에 대한 인상은 미묘하게 변화했다.

아지로 켄지로는 "재일교포의 경제력, 뿐만 아니라 문화면에서의 파워는 대단하다. 나의 교제범위에 있는 재일한국인들도 호감을 가질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인간미 넘치는 사람들이 많다. 이카이노는 재일교포의 밀집 거주지라고 하는 점에 최대의 특징이 있으며 이제 이것이 마을 매력의 최대의 원천이 되고 있는 셈이라...나는 마음에 든다"고 밝혔다.

아지로씨는 작년 10월, 칸사이 지구의 재일한국인과 일본인이 하나되어 코리아타운 입구에 있는 미유키모리 텐진구(天神宮)에 건립한 한글 카히(歌碑 : 와카(和歌)를 새긴 비)에 기대를 걸고 있다.

"고대와 이어지는 코리아타운의 일각에 비가 생긴 점에 큰 의의가 있다. 신사나 일본인사회에 대한 재일한국인의 친근감이 더해질지도 모른다. 또한 일본인도 이 비를 통해 한반도 문화에 친숙함과 이해를 다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카이노가 한국과 이어지고 있음을 전할 수 있는 하나의 형태가 생겼다. 지역의 큰 재산이 될 것이다"고 전했다.


재일교포 1세의 '힘든 노동' 의 역사 말하기

탄바시(丹波市) 초등학교의 부지내에 설치되어 있는 텐리(天理)시립 키타(北)중학교 야간학급의 한 교실.

이곳에는 재일교포 1세 여성이 노송나무줄 제조에 사용한 가죽 벗기는 용도의 낫, 내피를 두드리는 망치, 노송나무줄을 벗기는 칼, 줄을 얽는 대, 방의 소화도구 등 약 100점이 전시되어 있다.
　

▲ 후쿠시마 토시히로(福島俊弘) 씨

이 학교에서 교편을 잡는 후쿠시마 토시히로(55)씨는 "이러한 것들은 텐리의 야간학급에 다니는 1세 어머니들의 역사 그 자체다. 이 역사를 후세에 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쟁 전부터 일본의 목재 집산지였던 사쿠라이(櫻井)에는 요시노(吉野)나 우다(宇陀) 등지에서 노송나무와 삼나무가 운반되어 왔다. 이 노송나무와 삼나무로 장작 껍질을 찐 후 건조시켜서 줄을 제조했다. 노송나무줄은 '재목(材木)의 마을' 사쿠라이만의 몇 안되는 지방산업이었다.

'힘들고 더러운' 곳에서 장시간 중노동을 한 것은 재일교포들이었다. 만들어진 노송나무줄은 목조로 만든 배의 방수도구로서 1970년대까지는 사쿠라이시에서 제조가 성행했다.

후쿠시마씨는 문헌 조사와 더불어 야간학급에 다니는 노인들로부터 청취조사를 시작했다.

"이 일을 왜 했는가"라는 질문에 사쿠라이시에서 이 야간학급에 다니는 재일교포 1세 여성 대부분이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생활 양식으로"라고 답했다고 한다.
　
후쿠시마씨는 최근 청취조사 성과를 바탕으로 시민강좌를 기획, 노송나무줄 제조에 관여해 온 재일교포 1세의 생활사를 전하고 있다. 매회 몇몇 학생들이 ‘말하기’ 부를 만들어 무거운 역사를 시민에게 전하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