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1.9.25 토 16:08
재외선거, 의료보험
> 오피니언 > 본국지논단
북핵 문제 돌파구를 위한 대러시아 외교의 중요성
경향신문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21.06.25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지난 16일 전 세계의 관심 속에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회담은 예상대로 아무런 성과를 남기지 못했다. 하지만 두 정상은 회담을 의도적으로 긍정 평가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바이든은 건설적이었다고 말했다. 푸틴은 ‘인생에 행복은 없으며 오직 행복의 불빛만 지평선 너머에 있을 뿐’이라는 러시아 문호 레프 톨스토이의 말을 인용하면서 “신뢰의 불빛을 봤다”고 했다. 내놓을 만한 성과가 없는 회담을 이같이 평가한 것은 양국 모두 ‘냉전 이후 최악의 상태’인 미·러관계를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미국과 세계질서를 양분했던 구소련의 위상에 미치지 못한다. 그럼에도 세계가 이번 미·러 정상회담을 주목한 것은 양국관계의 변화가 세계질서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만일 미국과 러시아가 협력의 가능성을 발견한다면 미·중 대결에 커다란 변수가 될 수 있다. 중국이 이번 미·러 정상회담을 긴장 속에 주시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미·러관계의 변화 여부는 한반도 문제에도 중요한 시사점이 있다. 러시아는 과거 6자회담 참가국이었지만 한반도 문제에 적극 개입하지는 않았다. 북한과 해상 22㎞, 육상 18㎞의 경계를 접하고 있을 뿐인 러시아의 영향력은 중국에 비해 크지 않다. 하지만 러시아는 북핵 문제와 뗄 수 없는 관계를 갖고 있다.

러시아는 북한에 핵·미사일 원천기술을 제공한 나라다. 1980년대 북한을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로 불러들인 것도 소련이었다. 특히 푸틴의 동방정책은 북핵 문제와 직접적 관련이 있다. 북핵 문제 진전 없이는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견제할 수 없고 러시아가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남·북·러 3각 협력도 기대할 수 없다. 러시아는 북핵 문제에 개입할 의지를 충분히 갖고 있는 나라다.

러시아는 ‘미국의 영향력 확대 견제’라는 전략적 이해관계를 중국과 공유하고 있지만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중국과 생각이 다르다. 중국은 비핵화보다 한반도 안정을 우선시하지만 러시아는 비핵화 의지가 확고하다. 러시아는 또 북핵 문제를 북·미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미국이 북한에 제공할 안전보장 문제는 러시아를 포함한 주변국이 참가하는 다자적 틀에서 다뤄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기본적인 협상은 북·미가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북핵 문제에서 러시아와 미국의 생각이 일치하는 부분은 의외로 많다.

반면 러시아는 북한의 핵개발이 미국의 위협 때문이라는 북한 주장에 동의한다. 단계적 비핵화·평화적 핵이용 보장 등도 북한과 일치하는 주장이다. 러시아는 또 북핵 문제 해법으로 ‘북한의 정상국가화’와 ‘평화적 해결’을 내세운다. 한반도 통일에 대해 긍정적이며 북한 체제를 위협하지 않는 평화적 방법만이 비핵화에 성공할 수 있다는 러시아의 관점은 한국과 공유가 가능한 부분이다.

만일 러시아가 북핵 문제에 적극 관여하기 시작한다면 남·북·미 모두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부분이 있다. 미국은 북핵 문제를 통해 미·러관계 개선의 접점을 찾고 미·중 대결에서도 유리한 입지를 갖게 된다. 북핵 문제가 해결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안보리 제재에 변화 가능성이 생기고 남·북·러 3각 협력 구상도 탄력을 받기 때문에 남북 모두 관심을 가질 수 있다.

현실적으로 지금 러시아가 한반도 문제에 적극 관여할 여건은 아니다. 미국 내 반러시아 정서가 매우 강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미국이 중·러 밀착을 막기 위해 러시아에 접근하는 전략적 선택을 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어렵다. 또한 러시아가 상정하는 북핵 문제 ‘엔드스테이트’(최종상태)에는 한·미의 생각과 다른 정치적 계산이 숨겨져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냉랭한 미·러관계에서도 북핵 문제와 같은 비확산 이슈는 협력할 공간이 없지 않다. 또한 러시아가 북핵 협상을 주도하기는 어렵지만 대화의 판을 깔아주는 역할은 할 수 있다.

미·중 대결관계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다. 북한 문제에 당분간 중국의 협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대안을 찾아야 한다. 한·러 수교 30년 동안 사실상 한국에는 ‘대(對)러시아 외교’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젠 러시아로 눈을 돌릴 때가 됐다. 북핵 문제 발생 이후 한번도 시도해보지 않았던 ‘러시아 활용법’을 진지하게 검토해볼 이유는 충분하다.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전체기사의견(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회사소개광고문의기사제보구독신청찾아오시는길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종로구 종로19(르메이에르 종로타운) B동 1118호 | Tel 02)2075-7141~3 | Fax 02)2075-7144
등록번호 : 아01003 | 등록일자 : 2009. 10. 24 | 발행인 : 이구홍 | 편집인 : 이구홍
개인정보취급담당자 : 최유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강혜민
Copyright 2008 세계한인신문. All Rights Reserved.mail to oktime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