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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 워싱턴 로비스트들에 칼날을 겨누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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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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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 / 미국 한인유권자연대 대표

   
▲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AP 연합뉴스]

 

   
▲ 김동석 미국 한인유권자연대 대표

지난 4월 28일 새벽, 건장한 체구의 FBI 요원 4명이 맨해튼 어퍼이스트사이드의 고급 아파트를 급습했다. 그들은 아파트를 샅샅이 수색해 모든 전자기기를 강제 압수했다. 이 집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개인변호사이자 전 뉴욕시장인 루디 줄리아니의 자택이다. FBI 수사관들이 소지한 압수수색영장은 줄리아니의 우크라이나 관련 업무와, 이에 관련된 외국인요원등록법(Foreign Agent Registration Act, FARA) 위반 여부를 겨냥하고 있었다. 전직 대통령의 변호사를 상대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는 일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검찰은 트럼프 대통령 재임 중에도 줄곧 줄리아니에 대한 압수수색을 원했다. 그러나 2020년 대선 전후 트럼프가 지명했던 법무부 고위간부들에 의해 늘 기각되었다. 검찰은 줄리아니에 대한 공개압박이 선거에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했지만, 줄리아니의 범죄혐의에 대한 확신이 워낙 강했기 때문에 영장을 반복해서 청구했다. 그러다 바이든 정부가 출범해 지난 3월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이 취임하고 4월 말엔 리사 모나코 법무차관이 상원의 인준을 받자, 마침내 압수수색을 실행에 옮기게 된 것이다.

트럼프 정치권력의 늪에서 헤쳐 나온 법무부가 가장 먼저 취한 조치는 FARA 강화다. 줄리아니가 우크라이나 관리들을 대신해 불법 로비스트 역할을 했는지, 우크라이나 정부의 요청에 따라 미국 대사를 해임하도록 트럼프에게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조 바이든 후보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및 러시아 관리들과 협력했는지 등이 핵심 쟁점이다. FARA는 바이든 법무부의 핵심 어젠다인데, 줄리아니는 로비스트로 등록되지 않았다.

FBI가 줄리아니의 맨해튼 아파트를 압수수색했다는 뉴스는 워싱턴 'K스트리트'(워싱턴DC 내 로비회사들이 모여있는 거리)를 바싹 긴장시키고 있다. FBI가 다른 나라 정부를 대리하고 있는 로비업계를 향해 칼날을 겨누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다른 나라 정부 또는 다른 나라 기업의 이익을 위해 일을 하려면 반드시 FARA에 로비스트로 등록해야 한다. 어느 국가, 어느 기업을 위해 어떤 일을 어떻게 하고 있고, 그 대가로 돈은 얼마나 받는지를 상세하게 분기별로 보고해야 한다. FARA는 미국 내 치안법 중의 하나로, 1983년에 제정되었다. 다인종 이민자로 구성된 미국에서, 미국 스스로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법이다. 미국과 한국과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면 한국계 미국 시민들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가에 실존적 고민을 하게 하는 법이기도 하다. 바이든 정부의 FARA법 강화는 워싱턴 외교가에선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더구나 공공외교를 강조하는 한국 정부를 생각해서는 매우 섬세하게 유념해야 할 일이다.

트럼프의 러시아 스캔들은 미국이 정보 침해, 사이버 공격 그리고 민주주의를 전복시키려는 외국 정부의 시도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었다. 트럼프 4년을 겪으면서 미국인들은 외국 정부와 미국 내 시민단체들이 미국의 정치체제를 훼손하고 미국의 이익을 탈취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는 것을 더 잘 알게 되었다. 미국 연방정부에 의해서 적발된 경제적 간첩 행위 80%의 수혜자가 중국 정부이고, 무역비밀 절도사건의 60% 이상이 중국과 연루되어 있으며, 중국이 불법 로비의 괴물 같은 수혜국이 되었다는 게 법무부의 발표 내용이다.

바이든 정부는 투명하지 않은 미국 내 모든 외국인 로비를 금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줄리아니가 그 첫 제물이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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