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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라는 굴레난 한국으로 역이민 왔다
코리아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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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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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 오늘의 한국 기자

한국에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는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정현아, 엄마가 이렇게 나이가 많이 든지 몰랐어.” 뉴질랜드에서 열심히 일만 하느라 세월이 가는 줄 몰랐던 이유도 있겠지만, 한국이라는 나라는 유독 “나이”를 밝혀야 할 때가 많다. 뉴질랜드에서는 나 역시 몇 살이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없었기 때문에 내 스스로도 내 나이를 자각하지 못하며 살았던 거 같다.

한국은 다르다. 새로운 친구를 사귈 때도 서로 나이를 먼저 묻고, 취업을 할 때도 이력서에 반드시 나이를 적어야 한다. 타인의 “나이”를 궁금해하는 데에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 역시, 수업 내내 내 나이를 묻는다. 한국에서는 나이를 묻는 방법도 참 다양하다. “몇 학번이세요?” 부터 시작해서 “무슨 띠예요?” “00이랑 동갑이세요?” “00언니와는 몇 살 차이에요?” 등 한국인의 기발한 창의성을 “나이” 묻는 데 모조리 쏟아붓는 느낌마저 든다.

나이에 따른 제약도 상당하다. 30대는 항상 경력직으로 이직만 가능하다. 30대가 되면 새로운 일을 시도할 기회나 길이 사라지는 셈이다. 이 일도 해보고, 저 일도 해보며 다양한 커리어를 쌓는 일은 한국에선 불가능하다. 그래서 한 우물을 파야 성공한다는 말이 생겨났나 보다.

대학 생활도 마찬가지다. 뉴질랜드에서는 사회생활을 좀 한 후, 대학으로 돌아가 전공을 바꿔 다시 공부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 대학에서 30대 학생을 보는 일이 흔한 뉴질랜드와 달리, 한국 대학에서는 군대나 재수로 1~2년만 늦게 대학에 입학해 “재수생” “복학생” “늦깎이 대학생” 이라고 불린다.

나이에 민감하다는 것은 다시 말하면 모든 것에 특정한 “때”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는 의미다. 공부할 “때”, 취직할 “때”, 승진할 “때”, 결혼할 “때”, 출산할 “때”와 같은 “때” 말이다.

그리고 사회가 정해 놓은 이 “때”에 해야 할 일을 못하면 또래와 잘 어울리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뉴질랜드에서 중학교 시절, 한인교회를 다녔는데 그 곳에는 김집사님이라고 불리던 여성분이 있었다. 당시 그 분의 나이가 36살이었는데 한국에서 “결혼 안 한 36살 여성”으로 살기가 너무 힘들어서 이민을 왔다고 했었다. 그때는 이민의 이유가 참 이상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 분이 한국에서 마주해야 했던 현실을 알기에 그 분이 한국에서 얼마나 힘들었을지 조금은 알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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