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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도쿄 오가는 ‘셔틀외교’ 언제쯤 날아오를 수 있나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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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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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준 / 정치부 차장

2018년 2월 9일은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에게 잊지 못할 하루였다. 환하게 타오르는 평창 겨울올림픽의 성화를 문 대통령 내외와 마이크 펜스 당시 미국 부통령,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함께 지켜봤다. 문 대통령은 자리에서 일어나 환한 표정으로 한반도기를 들고 나란히 입장하는 남북 선수단에 손을 흔들었다.

그러나 불과 3시간 전, 문 대통령의 표정은 싸늘하게 굳어 있었다. 9일 오후 5시 20분, 강원 평창 용평리조트에 마련된 회담장을 채웠던 양국 취재진이 철수하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당시 일본 총리는 재킷 주머니에서 준비해 온 A4 용지를 꺼냈다. 회담장에 배석했던 정부 관계자의 전언. “아베 총리가 문 대통령과 눈도 마주치지 않고 준비해온 문구만 계속 읽었다. 한일 위안부 합의 문제, 소녀상 문제 등 민감한 내용에 대한 일본의 일방적인 주장들이었다. 듣고 있던 문 대통령의 표정도 굳어갔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첫 일본 총리의 방한 무대는 그렇게 냉기류만 흘렀다. 공식 브리핑에도 그 싸늘함이 고스란히 담겼다. 아베 총리는 “위안부 합의는 국가 대 국가의 합의로 정권이 바뀌어도 지켜야 한다는 게 국제 원칙”이라고 했고, 문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는 피해자들의 상처가 아물 때 해결될 수 있는 것이지 정부 간 주고받기식 협상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역대 가장 터프했던 정상회담”이라는 말이 나왔던 평창 회담의 여파는 그 뒤로도 계속됐다. 한일 정상은 일본 도쿄, 미국 뉴욕, 중국 청두 등에서 만났지만 냉랭한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결국 양국은 수출 규제와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라는 극단적인 카드까지 꺼내들었고,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그렇다면 과연 청와대는 한일 관계를 이 상태로 둔 채 임기를 끝낼 것인가. 표에 눈이 먼 일부 여권 정치인들이야 여전히 ‘죽창가’를 부를 수 있겠지만, 국정을 책임지는 청와대의 시선은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향해야 한다.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가 “북핵 해결을 위한 6자 안보 정상회담”을 제안한 것처럼 문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는 일본의 협조도 필요하다. 우리 외교·안보 정책의 핵심인 한미 동맹 역시 한일 관계와 동떨어진 문제가 아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말처럼 “한국은 린치핀, 일본은 코너스톤”이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울과 도쿄를 오가는 ‘셔틀외교’의 닻을 올렸던 것도 한일 관계의 특수성과 중요성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 임기 4년 동안 셔틀외교는 단 한 번도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는 문 대통령 임기 내 양국 간 냉기류를 풀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와 문 대통령이 참석하는 G7 회의에서 양국의 미래 지향적 관계를 위한 구체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문 대통령 임기 동안 셔틀이 이륙하지 못하더라도, 다음 정권에서라도 셔틀외교가 재개될 수 있는 기반은 만들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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