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중국방송 『골든 마이크』 를 수상한 박청죽

애송이 아나운서가 「1만자고비」를 수없이 넘기기까지

1969년, 화룡 남평에서 농사일을 하던 17살 난 박청죽(예명 박일청)은 중국 ‘연변인민방송국’ 아나운서 모집에 응시했다. 하지만 아무런 방송경험도 없고 방송지도도 받아보지 못한 그는 발성법이 제멋대로였고 심지어는 콧소리까지 나는 바람에 결국 시험에서 낙방하고 만다.

그 후부터 그는 매일 ‘조선말 신문’을 보고 발성연습을 했고, 아침 일찍 두만 강변에 나가 노인과 어린이, 여성 등의 말투나 억양을 따라 하는 등 필사적인 노력을 다했다. 1971년 드디어 연변인민방송국의 아나운서 시험에 무난히 통과되어 방송국에 입사하게 된다. 그 후의 수년 동안 어휘나 어구들이 수록된 여섯 권의 책을 수집하여 열심히 기본기를 익혀 나가면서 실력 있는 아나운서로 성장하게 된다.

1975년, 주은래 총리의 ‘중국정부사업보고’ 내용이 연변인민방송국에 팩스로 내려왔다. 7만자 정도 되는 글자들은 동전만큼이나 커서 단번에 여러 글자를 보기가 힘들 정도였다. 이것을 읽으며 방송해야 하는 일은 박청죽의 몫이었다. 그러나 쫓기는 방송시간 때문에 미처 글을 정리할 틈도 없이 스튜디오에 가져가야 했다. 너무도 급박한 상황이였지만 그는 놀라우리만큼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그는 얼음에 박 밀듯 3시간 50분 동안 7만자의 원고를 유창하게 읽어내려 갔고 스튜디오밖에 서있던 사람들은 그제야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1978년, 중앙인민방송국은 당시 연변조선족자치주 당위 서기로 있던 조남기를 찾아가 연변인민방송국의 보물단지인 박청죽을 모셔갈 수 있었다.

중앙인민방송국 조선어부에 전근한 후에도 그는 자체로 목표를 설정하고, 실전훈련에 전력하여 꾸준한 노력 끝에 ‘1만자 방송’ 고비를 수없이 넘기며 주위의 감탄을 자아냈다.

이른바 ‘1만자 방송 고비’란 1만여 자되는 원고를 한글자도 틀리지 않고 쉼 없이 끝까지 내려 읽는 것을 말한다. 약 32분이 소요되는 이 방송은 탄탄한 기본기와 강한 인내력, 뛰어난 집중력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조선민족방송언어의 총서 ― 『방송통론』

2002년에 출판, 발행된 박청죽의 34만자에 달하는 「방송통론」은 조선중앙방송위원회와 김일성종합대학, 방송영화대학, 김형직 사범대학 등 각종 기구와 대학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고, 박청죽의 ‘조선말 방송 실천’은 호흡과 발성법, 심리형상, 발음기교 등 다양한 측면에서 ‘조선말 방송’ 언어와 법칙, 특징들을 논술하여 ‘조선말 방송언어’의 발전과 이론연구를 추진하는데 큰 의미가 있다는 평을 받고 있었다.

그해 9월 12일 중국 「인민일보」국제판에서는 관례를 깨고 50년 만에 처음으로 개인이 출간한 작품관련기사를 실었다.

청중들이 뽑은 『골든 마이크』

중국 중앙인민방송국에서 진행된 ‘제1차 중앙인민방송국 10대 아나운서’ 평의활동에서 박청죽은 또 한 번 화제를 낳았다.

30명 후보 중 한명인 박청죽에게 중국은 물론 한국, 북한, 일본,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베트남 등에서 투표가 눈꽃처럼 날아들었다. 소학교 및 중학교 조선족학생들로부터 온 2만 4000여장의 투표는 그의 대단한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연길의 한 노인은 집안 식구, 친척과 친구들까지 총 동원하여 114장의 투표편지를 보내왔다고 한다. 한편 인터넷 투표도 최종 4위로 그는 선두자리를 유지했다. 비록 소수민족센터의 사업수요로 한 명밖에 주어지지 않는 영예였지만 그때 박청죽이 보여준 영향력은 중앙인민방송국 전체를 놀라게 했다.

수많은 조선족 속담이야기와 중대한 시사뉴스를 방송한 박청죽은 2007년에 드디어 ‘중국중앙선전부’에서 심사ㆍ비준하는 중국방송업계의 최고상인 『골든 마이크상』을 수여받았다. 2009년 10월에는 '중국중앙인민방송국' 10대 아나운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방송 생애 40년, 아직도 식지 않는 방송 열정

내년이면 박청죽은 후배 아나운서들로서는 따라오기 힘든 방송생애 40년을 맞는다. 그동안 방송에 대한 무한한 애착과 청취자들에게 쏟아 부은 사랑으로 방송에 대한 그의 열정은 식을 줄 모른다.

중국 조선어방송의 고위인사, 간판 아나운서로서 그는 ‘중국중앙인민방송국’의 방송지도, 중국 ‘민족영화텔레비전문화발전촉진회’ 상무이사와 ‘중국조선어방송협회’ 회장 등 직책을 맡아 중국의 방송계에서 크게 활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