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호범 전 워싱턴주 상원의원.

미국 입양 한인 대부'로 불리던 신호범(미국명 폴신) 전 워싱턴주 상원의원이 지난 12일(현지시간) 스노호미시 카운티 내 자택에서 별세했다고 16일 리아 암스트롱 국제결혼여성총연합회 고문이 전했다. 향년 86세.

1935년 경기 파주시 금촌에서 태어난 그는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서울역 등에서 노숙 생활을 했다. 6·25 한국전쟁 때 미군 부대 '하우스 보이' 생활을 하다가 16살 때 미군 군의관 레일 폴 박사에게 입양돼 미국으로 건너갔다. 독학으로 중·고교를 마친뒤 유타주 브리검영대와 펜실베이니아대 국제관계학 석사, 워싱턴대(UW) 동아시아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메릴랜드대와 하와이대, 웨스틴 워싱턴대 등에서 30여 년간 강의했으며 1992년 워싱턴주 하원의원에 당선돼 정계에 입문했다. 1998년 주 상원으로 자리를 옮겨 당선된 후 내리 5선에 성공했다. 워싱턴주 상원 부의장을 지냈다.

고인은 아시안을 경멸하는 뉘앙스의 용어 '오리엔탈'(oriental) 대신 '아시안'(Asian)으로 쓰도록 법안을 제정했고, 워싱턴 주 정부가 1월 13일을 '한인의 날'로 만드는 데 공헌했다. 미국내 한인 입양단체들이 개최하는 다양한 행사에 참석해 강연하고, 장학금을 제공하는 등 누구보다 입양인들의 아픔을 보듬어줘 '입양한인의 대부'로 불렸다.

그는 미주동포후원재단이 주는 '제1회 자랑스러운 한국인상', 미국 역사와 이민사회 발전에 공헌한 사람에게 주는 '앨리스 아일랜드상' 등을 받았다. 가족들은 고인이 세상을 떠나기 전, 고인의 이름으로 지어진 재활센터 등을 운영하는 '신호범 센터'에 일부 재산을 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가족으로는 미국인 부인인 다나 신씨, 아들과 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