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식 / 연세대 명예교수·한국사회과학협의회장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가 예상보다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조 바이든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 재정지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미국 국채금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올해 하반기 이후 백신에 의해 코로나19 사태가 점차 안정될 것으로 기대되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고 그동안 풀린 유동성으로 인플레이션 기대 또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년 한 해 미국 본원통화는 50% 가까이 증가했다. 경기가 회복될 경우 그동안 풀린 유동성 때문에 인플레이션은 물론 부동산이나 주가와 같은 자산가격 버블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내년 이후 인상할 것이라는 기존의 예상보다 앞당겨 금리를 높일 경우 이는 글로벌 금리 인상을 불러오고 우리 금리 또한 동조화되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정책당국의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먼저 과잉유동성을 선제적으로 흡수해 인플레이션 기대를 낮추고 자산가격 버블 붕괴를 막아야 한다. 그동안 코로나 사태로 금리를 낮추면서 시중유동성은 크게 늘어나 있다. 그러나 올해 하반기 이후 코로나 사태가 안정될 경우 늘어난 유동성 때문에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아질 것이 전망되며 금리 인상은 자산가격 버블을 붕괴시킬 것이 우려된다. 버블 붕괴를 막고 인플레이션 기대를 안정시키기 위해 통화당국은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일본이 20년 경기 침체 기간 동안 제로금리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버블이 발생하지 않은 이유는 본원통화를 늘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재정건전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미국 금리 인상은 달러화 강세와 원화 약세를 불러와 신흥시장국에서 자본 유출을 초래할 수 있다. 한국 경제는 최근 재정적자와 국가부채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원화는 국제통화가 아니기 때문에 국가부채가 과도하게 늘어날 경우 대외신뢰도가 낮아지면서 자본 유출의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특히 미국 금리 인상 시기에는 이러한 위험은 더욱 높아지게 된다.

경기 침체와 부동산가격 급등으로 최근까지 가계부채는 크게 늘어나고 있으며 중국의 추격으로 기업 경쟁력 또한 약화되고 있다. 금리가 높아질 경우 가계부채는 물론 기업부채 또한 부실화될 수 있다. 가계와 기업부채를 연착륙시키고 부실화를 막기 위해서는 그동안 치중해온 공공부문 투자 외에 민간기업투자를 활성화해 경기를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한국 경제는 과거와 다른 경제정책 환경에 직면해 있다. 경제정책이 경제적 요인 외에 정치적 요인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올해 보궐선거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으며 이 때문에 포퓰리즘에 의해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크게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선심성 재정지출이 늘어나면서 재정건전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으며 재정적자를 국채 발행으로 조달하면서 시중유동성이 더욱 늘어날 것이 우려된다. 한국 경제는 과거에도 미국 금리 인상 시기에 위기를 겪었다. 글로벌 금리 인상 충격으로 한국 경제가 위기를 겪지 않으려면 정치적 영향력을 줄이면서 미국 금리 인상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정책당국의 신중한 정책 선택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