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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메랑 되어 돌아온 아들
미주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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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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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희 / 수필가

   
 

다운타운에 살던 아들이 아파트 리스가 끝나자 집으로 들어왔다. 코로나로 재택근무를 하니 회사 근처에서 비싼 집세 내며 살 필요가 없게 된 이유이다. 체육관 문을 닫아 밖에서 달리기를 하는데 늘어난 홈리스 때문에 사람과 개의 분비물이 널려있어 땅바닥을 보고 달려야 한다나. 넓은 공원이 근처에 있는 부모 집을 선택한 것이다.

부부 둘만 살아 적막하던 집에 젊은 피 수혈로 활기를 채워주겠지, 내심 설레기도 했다. 등산도 같이 가고 음식도 같이 만들면서 엄마와 아들과의 관계가 돈독해졌으면 했다. 코로나의 선물이라고 환호했다. 하지만 기대와는 반대로 아이는 동부시간에 맞춰 새벽 5시부터 일을 시작하고 시간 아낀다고 밥도 제방에서 먹으니 얼굴 보기도 힘들다.

항상 남과 비교하여 결핍감에 시달리고 입시와 취업준비로 참교육이 힘든 한국을 떠나 넓은 땅에서 애들을 키우겠다고 미국에 왔지만 일하는 핑계로 아이들은 뒷전이었다. 잘 돌보지 못한 자책과 아쉬움에 대한 보상심리가 작용했을까. 남편과 둘이 살 때는 끼니를 어떻게 간단히 때울까를 궁리했는데 아들이 들어오니 메뉴 선정부터 신경을 쓴다. 유튜브와 블로그를 뒤지며 새로운 음식을 대령하느라 종종 거린다. 아이 밥 챙겨 먹이기가 제일 중요한 미션이 되었다. 고객만족 백퍼센트의 호텔 룸서비스를 지향한다. 최고는 아니라도 최선을 다한다는 마음이다. 그중 절정은 시간 없다는 아들을 위해 일일이 게 껍데기 까서 방에 갖다 주는 남편이다. 자식이 뭔지.

아이가 들어온 후 전기, 가스, 물 등 각종 공과금 영수증은 올라가고 먹을거리에 신경 쓰니 당연히 엥겔지수도 높아진다. 짐도 제대로 풀지 못하고 일하느라 지쳐있는 아이에게 하숙비를 내놓으란 소리는 안 했지만 제가 눈치 채고 얼마라도 내놓아야 하는 거 아닌가. 부모는 자식이 언제고 돌아와도 받아주는 울타리 역할을 해야 하지만 언제까지 자식들의 데빗카드 노릇을 해야 할까. 얼마나 오랫동안 은퇴 이후에 살아가야 할지 모르는 장수시대인데 지금 우리 자녀는 부모를 봉양하려는 마음도 그럴 능력도 없을 듯하다. 가만 생각하니 내가 내 부모한테 항상 받기만 한 걸 아이가 20여 년 보고 배웠나 보다. 이제야 부모님께 죄송하다.

아들과 같이 살면서 그동안 떨어져 살아 아쉬운 가족애를 깊게 할 기회가 왔음에 감사하고 아들 직장에서 아직 월급이 나오는 것도 고맙지만 빨대 꽂는 자식 때문에 은퇴는 더 늦어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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