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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의 ‘준비 안된 속도전’
문화일보(윤창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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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9.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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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일보 <시론> =윤창중 논설위원 / 2009.11.27 ]


   
가히 이명박 정권의 ‘정책 찍어내기 대행진’! 행정구역·선거구제 개편, 남북정상회담, 사교육 개혁, 저출산 대책, 관광진흥 대책…끝도 없이 나온다. 여기에 개헌론까지. 어구구구! 물론 손 대야할 과제들이다. 그러나? 공장에서 벽돌 찍어내듯이, 한밤에 불꽃놀이 하듯이 하루가 멀다하고 펑펑 새 정책을 쏟아내면 졸속을 피하기 어렵다. 각론 없는 총론 보따리. 세종시 수정론, 역풍이 또다른 역풍을 꼬리 물듯이 만들어내는 역풍의 악순환에 빠져 있다. 4대강 사업? 세종시와 4대강만 떠올려도 국민의 머릿속을 맥주 거품처럼 하얗게 만들고 있는 판에 세기에도 숨이 벅찰만큼 새 일들을 벌이고 있다. 정책이 차질없이 성공하려면 열정과 ‘준비된 청사진’이 동시에 긴요하다.국무총리 정운찬이 총리 지명 일성으로 세종시 수정론을 제기할 때만 해도 정교한 청사진을 짜놓은 것으로 믿고 싶었다. 그런데? 대안을 물으니 “갖고 있지는 않다”? 이런 걸 허장성세! 세종시 성격은 자고 나면 또 바뀐다. 대안 없이 저질러 놓았음을 고백하고 있다. 문제는 실천 가능성!

청와대의 ‘준비 안된 속도전’, 그 배경은? 자명하다. 1년9개월 집권해보니 이젠 국정에 관한 한 달통했다는 대통령의 자기확신 + 임기 내에 치적을 남기려는 야망. 몰아치는 것이다. 숨고르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섬뜩한 역사가 있다. 조선 왕조의 몰락을 결정적으로 재촉한 건 대원군이 왕권의 권위회복을 노려 국고를 털어넣은 경복궁 중건이었다. 치적으로 남기려는 불타는 야심, 오만한 망상! 경복궁 중건으로 인한 국가재정과 민생 파탄, 민심 이반, 그게 일제에 조선 합병의 길을 터주었다는 사실을 조선 사람들은 국가 소멸 이후에야 땅을 치며 깨달았다. 세종시 문제? 4대강 문제? 잘못 매듭지으면 대한민국의 백년 미래를 망치는 암적인 존재가 된다. 다음 정권, 또 그 다음 정권, 또 그 다음 정권으로 연결되는 국가 재앙. MB는 이제 세종시·4대강이라는 호랑이의 등위에 올라탔다. 내려올 수도, 물러설수도 없다. 성공시켜야 한다. 반드시.

첫째, 세종시는 임기 내에 당초 책정했던 22조원의 예산 범위 안에서, 한 푼도 늘리지 말고 ‘이명박 세종시’로 만들라! 반드시 임기 내에. 다음 정권에 넘기지 말고. 경부고속철도(KTX) 사업은 치밀한 청사진에서 출발했는데도 당초 예산 5조원이 25조원으로 늘어났다. 이런 계산법에서 다음 정권으로 넘어가다보면 100조 이상, 1년 국가 예산의 절반이 들어갈 수 있다. 끔찍하다. 실현 가능한 수정이 이뤄져야지, 지키지 못할 장밋빛 대안으로 넘어가려 하면 나중에 그 자체가 대국민 사기극이 될 수밖에. 역사의 지탄을 받게 된다.

둘째, 4대강 사업도 당초 예산 22조6000억원에서 한푼도 더 쓰지 말고 임기 내에 끝내라! 완벽하게. 구체적인 청사진 없이 밀어붙인 게 보통 걱정스럽지 않다. 민주당이 국토해양부에 공사 구간별 내역서를 내라고 했지만 미적거린 근본 원인은 그런 계획이 아예 없었다는 반증으로 읽힌다. 4대강 정비를 했는데도 홍수 한 방으로 무너지면 무용지물이 된다. 무용지물이. 영산강부터 완벽하게 한 뒤 다른 강을 해도 무방했지만, 이젠 불필요한 얘기가 됐다. 국민 눈 앞에 완벽히 정비된 4대강을 내놓아라.

셋째, ‘토건 대통령’이 되라! 차라리. 세종시와 4대강에 상주(常駐)하다시피 하며 챙겨야 성공할 수 있다. 한자리 비어 있는 특임장관에 최고 전문가를 뽑아 ‘세종시·4대강’을 맡기고 다그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

넷째, 개헌, 행정구역·선거구제 개편은 다음 정권에 넘겨라! 하려면 임기 초반에 했어야 했다. 실기했다. 6개 행정구역 개편 계획조차 발표 하루 만에 수정하는 행정력을 갖고 뭐, 개헌을? 다섯째, 정치력있는 대통령이 되라! 친박근혜계와 자유선진당을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다시 우군으로 만들지 않으면 국회에서 막혀 어떤 개혁도 불발되는 엄연한 현실을 모르는지, 답답하다.

세종시와 4대강 사업에 실패해 민심이 되돌릴 수 없이 이반하면 한나라당은 내년도 6·2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2012년 총선·대선 모두 패배한다. 보수·우파 정권이 무너지고 그토록 끔찍했던 ‘황위병(黃衛兵) 시대’가 또 오고야 만다. 좌파정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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