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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 앞세운 미래통합당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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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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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수 / 논설위원

민주당과 비슷해진 경제사회 정책
‘서민 코스프레’로 끝나면 안 된다

   
 

미래통합당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을 앞섰다. 탄핵 정국 이후 3년여 만에 처음이다. 코로나19와 경제난, 부동산 문제로 민심이 흉흉한데 “월세 나쁜 것 아니다”라며 염장 지르는 정부 여당에 국민들이 실망했기 때문일 것이다. 통합당이 거대 여당의 힘에 밀리면서도 이전과 달리 장외투쟁이나 막말을 삼가고, 낮은 자세로 민생을 챙긴 효과도 있다.

통합당은 내친김에 당명과 정강정책까지 변신을 꾀하고 있다. 최근 새로 만든 정강정책 1호에는 ‘기본소득’을 넣었다. 기본소득은 재산이나 근로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국민에게 생계비를 지급하는 것으로, 원래 진보의 어젠다였다. 2016년 이재명 성남시장이 처음 도입해 요즘 경기도가 지급하는 청년배당이 기본소득의 일종이다. 4년 전 통합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며 비난했는데 이제는 당 정책 1호로 내세운 것이다.

통합당의 새 정강정책은 당명만 가리면 민주당과 전혀 구별할 수 없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첫 부분에 있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빼고, 5·18민주화운동과 ‘일하는 사람에 대한 존중’을 넣었다. 기본소득 같은 일부 사안은 민주당보다 더 진보적이다.

이처럼 보수 정당이 시대정신을 반영해 진보적 의제를 끌어안는 것은 좋은 일이다. 원래 보수와 진보는 상대적인 데다, 시대 변화에 따라 스펙트럼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독일에 의료보험 등 최초의 복지제도를 도입한 것도 보수주의자였던 비스마르크였다. 중요한 것은 진정성과 유능함이다.

통합당은 이미 공약을 헌신짝처럼 팽개친 적이 있다. 최근 통합당 부활의 중심에 있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2012년 박근혜 대선 후보를 도왔을 때다. 김 위원장 주도로 ‘경제민주화’를 내걸고 선거에서 이겼지만, 인수위원회 때부터 관련 사항을 모두 빼버렸다. 김 위원장은 “내가 사람을 잘못 봤다”며 비판했다.

경제민주화는 이번에 다시 통합당의 정강정책 전면에 들어갔다. 수출 중심 대기업만으로는 이제 낙수효과가 없으니 양극화를 해소하고 포용성장을 해야 경제가 살아난다는 것이 경제민주화다(김종인 ‘결국 다시 경제민주화다’). 김 위원장이 줄곧 해온 주장으로 정부 여당의 정책 방향과 다를 게 없다. 이를 위해 지금 법무부가 추진하는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재벌을 규제해야 한다는 것도 똑같다.

그러나 김 위원장을 빼고 통합당 안에 경제민주화나 포용성장, 기본소득을 체화한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 모르겠다. 선거 때만 구호로 내세울 뿐 양극화 해소가 왜 중요한지, 경제민주화가 뭔지 철학도 없고 어떤 정책들로 구현할지 생각도 없다면 결과는 박근혜 정부 때와 달라질 게 없다. 당 정강정책이 뭐가 되든지 시늉만 내고 인기만 얻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해서는 역풍을 맞을 것이다.

최저임금 1만 원은 2017년 대선 때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도 내걸었던 공약이다. 주 52시간제도 여야 의원들이 합의해 법을 개정한 것이다. 그래 놓고 경제가 좀 어려워질 때마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을 실시한 문재인 정부 탓이라고 비난했다.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정책을 내놨다가 발뺌했다가 하지 말고 시행 과정과 부작용까지 책임지는 정당이라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국민의 대다수는 원래 이쪽저쪽 진영을 따지지 않는다. 누가 진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지, 누가 유능한지를 본다. 야당이 강해야 정부 여당도 정신을 차린다. 여야 지지율이 비슷해진 지금, 경쟁다운 경쟁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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