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空約때문에 MB정권 고생 좀 하겠군요!
이규철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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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9.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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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규철 재미언론인 / 본지 편집위원 ]


초나라 시절 무기장사를 하는 상인이 “이창은 어느 방패나 뚫을 수 있는 귀한 창”이라며 손님을 유혹했다. 그리고 잠시 후에는 또 그 상인은 방패를 집어 들고 “이 세상에 이 방패를 뚫을 수 있는 창은 없다”고 외쳐댔다. 지켜보던 행인이 보다 못해 한마디 했다. “얼마 전 당신이 팔던 창으로 이 방패를 찌르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 모두가 잘 아는 모순(矛盾)이라는 단어에 얽힌 이야기이다.

지난 5일 국회에서 민주당의 송영길 의원은 정운찬 총리를 상대로 대정부 질의를 펼쳤다. 그 질의응답의 일부 내용은 이렇다.

송 의원 : “미디어 법안은 헌재가 절차상 하자를 인정한 것이 아니냐? 곧 국무회의에 안건이 상정될 텐
               데 심각한 하자가 있어도 이를 통과하고 집행할 것이냐?”
정 총리 : “절차는 문제가 있더라도 결과적으로 국회가 통과시킨 법안인 만큼 이를 차질 없이 시행하
               는 것이 원칙이다”
송 의원 : “그렇다면 세종시법은 왜 시행하지 않는 것이냐?”
정 총리 : “더 좋은 아이디어가 있기 때문이다”
송 의원 : “세종시법은 여야가 합의해 통과시킨 법인데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 시행하지 않고 미디어
               법은 절차상 하자가 있어도 국회가 통과시킨 법안이기 때문에 시행하겠다는 것이 논리에
               맞는다고 생각하느냐?”

정 총리의 답변을 들어보면 마치 초나라 시절 창과 방패를 팔아보겠다는 생각만으로 모순된 논리를 펼치고 있는 무기상인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학자 출신에 서울대학교의 총장까지 지낸 인물이 아닌가? 정 총리 역시 자신의 논리에 모순이 있다는 사실을 모를 리가 없을 것이다. 헌데 한국의 정치판 자체가 모순 그 자체라는 생각 때문에 이런 식의 궤변을 늘어놓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스럽다.

여하튼 요즈음 한국 정치판에 등장한 뜨거운 감자는 ‘세종시 특별법(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특별법)’이다. 노 정권 시절 통과된 문제투성이인 세종시법은 양심상 시행할 수가 없다는 것이 MB의 주장이다. 이 같은 MB의 논리를 뒷받침해주기 위해 구원투수로 나선 것이 정 총리의 등장이유가 아닌가 싶다.

‘행정도시만으로는 세종시를 인구 50만 명의 도시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 중앙 부처를 세종시로 분할 이전할 경우 효율성이 뒤떨어진다. 때문에 현재 추진 중인 세종시 건설 계획은 전면 수정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런 MB+정운찬 총리의 구상에 박근혜 전대표가 태클을 걸고 나섰다. ‘세종시 건설은 MB의 지난 대선에서의 공약이 아닌가? 국민과의 약속은 지키는 것이 원칙이고 문제가 있다면 원안+a를 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그동안 야당의 주장에 +a를 한 셈이다. 문제는 야당이 아닌 한나라당의 전직 대표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며 원안 +a라는 대안까지 주장하며 정면 승부를 자청하고 있으니 MB의 입장에서는 난감 그자체가 아닐까 싶다.

사실 찬성과 반대를 하는 양편의 주장 모두 일리는 있다. MB와 정운찬 총리가 주장하는 중앙 행정부처의 이원화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복잡한 한국의 교통사정을 감안한다면 일리가 없는 주장은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대안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한국은 IT강국이 아닌가? 화상 회의와 제반 민원서류의 처리를 전자화 한다면 말이다. 또 정운찬 총리는 행정도시로는 자족도시 실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세종시를 교육과학산업도시로 만들었으면 하는 것이 그의 구상이라고 한다.

국군의 총지휘부인 3군 본부가 이미 오래전 계룡대로 옮겼다. 과문한 탓인지 육ㆍ해ㆍ공군 본부가 서울에서 계룡대로 이전을 했다고 해서 국군 운용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는 소리는 들은바가 없다. 마찬가지로 세종시를 교육산업 도시로 만들겠다는 것이 MB정부가 주장하는 수정안의 핵심이라면 교육, 산업 관련 부처만이라도 세종시로 옮기면 어떨까 싶다.

박근혜 전대표가 주장하는 +a를 실천한다면 양편 모두가 만족할만한 타협안이 도출될 법도 싶다는 생각이다. 더구나 정치의 기본이 타협이 아닌가? 서로가 머리를 맞대고 국가와 국민을 우선시하는 절충안을 도출한다면 별로 문제도 안 될 사안이건만 양편 모두가 서로 My Way만 고집하고 있으니 안타깝다는 말이다.

정치인들이 진정 국민을 무서워한다면 이런 식의 궤변과 모순된 논리를 태연하게 늘어놓을 수가 있을지 의문이다. 세종시는 지난 대선에서 MB가 무려 12번에 걸쳐 약속한 공약사항이다. 헌데 대안 제시도 없이 단지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은 문제가 있으니 못하겠다는 것이 아닌가?

아무리 엿장수 맘대로 라는 말도 있기는 하지만 이건 심했다는 생각이다. 민주주의 국가가 대통령이 엿장수처럼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시스템일까? 이미 대통령이 되어 칼자루를 잡았으니 공약을 무시하고 이제는 대통령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생각인 듯싶으니 문제라는 말이다. 일각에서는 MB를 독재자라고 한다. 사실 독재가 별것인가?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권력자의 의지대로 밀어붙이겠다는 발상 그자체가 독재가 아닐까?
현재의 ‘세종시 특별법’보다 더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고 해도 국민들을 설득하고 공감대부터 형성하는 것이 우선이건만 MB의 모습은 무조건 나를 따르라는 식이니ㆍㆍㆍ

또 MB의 수정안에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는 이유만으로 한나라당에서 떠나야 된다고 목청을 높이는 사람들의 모습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라는 생각이다. 학자 출신인 정운찬 총리가 정치판에 입문하기가 무섭게 늘어놓는 궤변과 모순된 모습보다는 오히려 원칙과 소신을 고집하는 박근혜와 같은 정치인의 모습이 국민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이다.

물론 같은 주장이라고 해도 때와 장소를 가려가며 하는 법이니 박 전대표의 이의제기 방식에는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서로 생각의 다름 정도는 인정하는 것이 정상적인 사회의 모습이 아닐까?

맹목적인 추종과 함께 도가 넘는 모습으로 편 가름에만 열중하는 광신도들의 모습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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