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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들강변과 로투구 그리고 아들골
허성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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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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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운 / 재중칼럼니스트]

노들강변 봄버들 휘휘 늘어진 가지에다
무정세월 한허리를 칭칭 동여 매어볼까
에헤요 봄버들도 못 믿을 이로다
푸르른 저기 저 물만 흘러 흘러가노라

   
 

노들강변이라면 사람들은 버드나무가 휘휘 늘어진 그런 강변을 연상하기 쉽지만 실제로 소와 말 등 가축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강변 방목지를 뜻한다. 오늘날에 와서 노들강변은 한강강변에 있는 고유지명으로 세간에 알려지고 있지만 사실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한반도 전역 곳곳에서 널리 불리어졌던 땅이름이다.

만주어사전에서 nukte는 소 말 등 가축의 방목을 위해 풀을 먹이는 목축지를 말하고 noroho은 유목민의 체류지를 뜻한다. 만주어 nukte와 noroho는 서울 한강의 노들섬과 노량진 지명 뜻과 소리에 대응되며 짝을 이루고 있다.

중국 연변 로투구 지명설화에 늪등과 노이롤라는 지명이 나오는데 늪등은 초지로 노이롤은 체류지로 동일한 지명패턴을 그려내고 있다. 방목지와 체류지로 짝을 이루며 하나의 정체성을 지닌 땅이름으로 기원되었으나 일제강점기에 들어서면서 늪등의 소리를 바탕으로 로투구露頭溝로 지명을 바꾸어 표기한다. 여기에서 일본어 露頭는 광맥이나 석탄층 등이 지표에 노출하고 있는 부분 다시 말하면 노다지 뜻을 지니고 있다. 노두구露頭溝 지명은 얼마 안지나 다시 부근 산 정상에 노인 머리 모양을 닮은 바위가 있어 로투구老頭溝로 표기가 굳어진다. 늪등이라는 기존 지명은 결국 어린 뻐꾸기가 둥지 주인을 몰아내듯이 로투구라는 새로운 지명에 밀려났던 것이다.

중국 개산툰 자동의 원래 지명은 아들골이다. 만주어 adun은 목장의 가축 떼를 말하는데 소재데기 굴레장대밑 등 이 지역지명과 하나의 맥락으로 풀이된다. 두만강 강변 노째굽이도 결국 노들굽이 음의 변이로서 아들골과 하나의 지명그물망에 놓여 있어 과거 이 지역에 드넓은 방목지가 자리하고 있었음을 시사하고 있다.

조선왕조실록을 펼쳐보면 두만강 지역에 양수척揚水尺 양리인杨里人등 이름이 등장하는데 주로 변경지대에서 많이 살았고 수초水草를 따라 떠돌아 다녔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한양과 팔도지역을 떠돌아다니며 버들 바구니를 틀고 가축을 기르며 백정질도 하고 이따금 화전도 일구며 살았다고 전한다.

가끔 사라진 물건을 찾기 위해 우리가 집안을 뒤지는 것처럼 옛 지명을 되짚어 가다보면 새로운 실마리를 찾아 그간 우리가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살아왔던 역사를 새롭게 끄집어내어 조명할 수 있다.

너른 들판을 끼고 맑은 물이 휘돌아 흐르던 강변목장 눈망울 선한 소들과 살 부비며 살아왔던 순박한 백성들이 모여 방목문화를 정착시키고 마을을 이루고 나루터가 생기며 차츰 나들목으로 탈바꿈하게 되었던 것이다.

노들강변 백사장 모래마다 밟은 자국
만고풍상 비바람에 몇 번이라 지어 갔나
에헤요 백사장도 못 믿을 이로다 
푸르른 저기 저 물만 흘러 흘러가노라

어찌 보면 노들강변은 산 설고 물 설은 타향 땅 멀리 쫓겨 와 떠도는 민초들의 한을 달래주며 읊조린 노래일지도 모른다. 백년도 넘게 우리는 한자어 지명풀이에 말뚝을 박아놓고 매달려 있다 보니 결국 왜곡된 노들강변 울타리 안에 갇혀 살아왔다. 진한 감동으로 다가와 마음속에 젖어드는 노래 대를 이어 불러왔건만 노들어원은 오늘도 닻을 내리지 못한 채 거친 세월의 비바람 속에 이리저리 떠돌며 흘러 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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