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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렁바위와 우렁바위
허성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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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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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운 /재중칼럼니스트

   
 

오랜 역사의 흐름을 훑어보면 왕조가 끊임없이 교체되면서 원래 인가가 모여 살던 중심지 거주민들은 전쟁 난리를 피해 끊임없이 자리를 옮겨가면서 차츰 변두리지대까지 밀려나 정착한다.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혈종이 서로 다른 종족 간 오랜 섞임과 공존 속에 이들 언어문화는 서로 융합되며 독특한 방언들이 생성되어 퇴적된다. 세상을 바꿀 막강한 힘을 가진 강대국은 보다 세분화한 발음소리를 문자로 고착시켜 썼다면 약소국은 이에 반해 상대적으로 간소화되어 발음소리를 줄여서 쓰는 합음을 만들어 썼으며 최초의 발음보다 흐릿하게 나타나게 된다.

북방언어계통에서 / в /음 소리는 경우에 따라 v 또는 w 로 세분화 되어 발음된다. 순경음 바음은 퇴화되어 워음으로 전환되나 우리말에서는 혼용되어 사용되어 왔다. 표준어 밭을 제주어에서 왓이라고 부르고 방울소리를 방언에서는 워낭소리라고도 한다. 오늘날 폴란드 수도를 한국에서는 바르샤바로 적고 있으나 북조선은 와르샤와로 쓰고 있으며 베트남을 한국에서는 일본어 표기를 따라 베트남으로 적고 있지만 북조선에서는 중국어 越南 표기에 따라 월남이라고 쓰고 있다.
우리 말 바위와 만주어 워렁wehe은 얼핏 들으면 서로 다른 소리로 느낄 수 있으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사실 뜻과 소리가 근접되어 있었다. 우리말 바위의 옛말은 바회로서 만주어 워렁과 하나의 뿌리에서 뻗어 나온 쌍둥이 단어로 나타나며 그 어원을 깊이 있게 추적하다 보면 우리 역사를 조명할 수 있는 자료를 얻어 낼 수 있다.

두만강 유역은 오래 전부터 열강의 힘이 교차되는 역사의 사거리에 놓여있었다. 강대국 사이의 전쟁난리에 시달리며 도망과 피신생활이 운명처럼 일상화되는 암울한 세월 속에서 함경도 백성들은 접근이 힘든 산간오지에 숨어들어가 은둔생활을 하게 되었고 독특한 지명들이 보존되어 내려왔다. 중국 연변 소영향 와룡동, 개산툰 와룡동, 세린하 와룡동은 모두 사발형태를 닮은 취락구조로서 최초에 이런 지역에는 듬성듬성 바위돌이 널려있었다. 이런 곳들은 산이 둘레를 감싸고 바람을 막아주는데다가 경사도가 완만한 언덕이 자리하고 있어 천혜의 화전적지로 손꼽힌다. 오늘날 와서 한자의 영향을 받아 와룡동으로 지명이 표기되어 있지만 이곳 백성들은 오랜 옛적부터 와룡동을 줄곧 왜랑동으로 불러왔다. 개척초기에 울울창창한 원시림을 뚫고 들어온 함경도 탈출민은 여기저기 널려있는 바위 돌들에 의지하여 땅막집을 짓고 마을을 일궈 세웠다. 이곳에서는 채석(함경도 방언 돌마루)을 북돋는 것을 가리켜 토박이말로 월앙 높이다로 표현한다.

서울시 종로구 송월동은 송정동(松亭洞)의 「송」자와 월암동(月岩洞)의 「월」자를 따서 송월동이라고 땅이름을 붙이게 되었다. 그중 월암동에는 워렁바위라 부르는 커다란 너럭바위가 들어앉아 있어 워렁바위골로, 한자로는 월암동月岩이라 새겨왔다. 전라도 월출산은 바위산으로서 최초 지명을 따지고 보면 月奈岳으로 적혀있다. 그리고 바위산으로 이름난 마이산이 자리한 전라북도 진안군 옛 지명도 문헌에서는 月良 越浪 으로 씌어있다. 경상도에 자리 잡은 불국사와 석굴암을 품고 있는 토함산(吐含山) 옛 지명 월함산(月含山) ,제주도 월랑동 ,경기도 파주시 월롱역(月籠驛) 지명도 모두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외에도 東國與地勝覽(동국여지승람)에 적혀있는 月良村面(경기도 이천부) 지명, 이천시 부발읍에 있는 월량골(月凉 혹은 月浪) 지명이 이에 해당한다.

만주어 wehe는 여진어로 거슬러 올라가면 바위를 ulhe로 새기고 있다. 중국 안도 시가지에 옹성라자 瓮声砬子라는 바위산이 자리하고 있는데 만주어로 옹성을 uran라고 표기하고 있다. 만주어 uran은 소리를 뜻하며 우리말의 울림과 하나의 맥락으로 이어지는데 메아리 어원은 뫼 울림이라고도 풀이 할 수 있다. 여진어 ulhe 만주어uran은 소리가 근접되고 뜻이 어울리기에 오랜 옛적부터 지명으로 많이 사용되어 왔다. 한국지명으로는 서울특별시 계남근린공원에 옮겨있는 우렁바위, 전라도 화순군 동복면 우렁바위이다.

한국에 어랑 만두라는 음식 이름 있다. 대부분 사람들은 어랑이란 말은 산골을 말하는 뜻이고 어랑 만두는 이런 지역에서 먹던 음식으로 알고 있으나 보다 더 정확한 뜻은 돌이나 바위모양처럼 둥글둥글하게 만든 산간오지에서 먹던 음식을 뜻한다. 함경도 오그랑죽도 이런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한반도 전역에서 바위방언분포양상이 다양하고 복잡하게 나타나지만 우리말 바위와 만주어 워렁 여진어 우렁에 초점을 맞추어보면 뜻과 소리가 동일한 언어 그물망에 얽혀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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