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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과 쓰리랑
허성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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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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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운 / 재중칼럼니스트]

   
 

우리 자손들 가운데 간혹 가다가 우리말을 못하는 젊은이들이 있어도 아리랑만은 대부분 흥얼거린다. 아마 아리랑을 부르지 못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슬픈 일이 있어도 아리랑을 부르고 기쁘고 즐거운 일이 있어도 아리랑을 부른다. 이 세상 넓은 땅 그 어느 곳에 흩어져 살아도 하나의 공동체로 묶어주는 노래가 아리랑이다.

아리랑은 누가 지었고 언제부터 불러온 노래인지 분명치 않다. 오늘날에 와서 세계인들이 즐겨 부르는 노래로 되였으나 아리랑이 도대체 무슨 뜻인가 하는 질문에 명확히 답변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줄 안다.
아리랑의 정확한 의미를 모르면서 아득히 흘러온 세월과 더불어 아리랑 멜로디는 어느덧 우리의 살과 핏줄에 파고들어 맥박 치며 우리 심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우리 가슴 안에 들어온 소리 아리랑은 우리선인들의 삶의 희로애락과 파란만장한 역사를 오롯이 담아온 삶의 가락임은 틀림없다.

오늘도 붐비는 출근길에 이어폰을 끼고 뭔가를 듣고 있는 사람들 이제 차에서 내리자마자 일터로 달려가야 하고 컴퓨터 자판을 두들겨야 하는 이들에게 굳이 아리랑 어원을 꺼내 놓는 것은 우리 대표적인 민요 아리랑 뜻조차 우리는 지금 모르고 살고 있다는 점과 이로 하여 간혹 우리 스스로 부끄러워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라는 까닭에서이다.

청청 하늘의 잔별처럼 각이한 아리랑 어원 설을 펼치는 학자들의 주장이 저마다 달라 정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오늘날 우리문화의 현 주소다. 이런 저런 버전들을 다 제쳐두고 다만 우리 생각을 이글에 적어 미래 세대들의 현명한 판단에 맡기고 싶다.

금사(金史)문헌에는 坡陀曰「阿懶」 大而峻曰「斜魯」라는 기록이 있다. 산언덕은 아랄이라 적고 험한 비탈을 쎄루라 적고 있다. 만주어에서 ala는 언덕을 말하고 sehehun는 우뚝 솟은 산을 말한다.

몽골어에서는 산을 올이라고 하고 산 정상을 덱이라고 부른다.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덱과 올을 혼용하여 적어왔다. 몽골의 최초의 불경에서는 수미산을 수미덱 혹은 수미올로도 전해오고 있다. 오늘날에 와서 덱은 데기로 함경도 방언에만 남겨있지만 조선반도 지명에는 달동네 토산兔山 등 다양한 지명이 변이되어 나타나고 있다.

제주도 산들은 지형학적으로 단성화산의 한 유형으로서 산세가 부드러운 언덕들로 이루어졌는데 사람들은 이런 산을 오름이라고 부른다. 제주도 오름과 몽골어 올 만주어 알라는 모두 아리랑이라는 소리 뜻과 일맥상통한다.

중국 훈춘시에는 동아라촌(東阿拉村)이라는 조선족 마을 지명이 있는데 동네가 동쪽 산자락을 따라 듬성듬성 앉았다고 붙어진 이름이다. 19세기 말 20세기 초에 아래깡동(연해주)으로 오가는 길목에 자리 잡아 한때는 길손들로 북적거렸다.

중국 길림시 알라디(阿拉底村)마을은 역사가 깊은 동네이다. 최초에는 함경도 탈출민들이 두만강을 건너 화전을 일구다가 청나라 관리들한테 붙잡혀 영고탑에 갇혀 있다가 길림으로 강제 이주시키며 생긴 마을인데 산을 업고 동네가 앉았다고 알라디란 지명이 붙여진다. 일제강점기에 들어서서 경상도 사람들이 집단이주하여 와서 다시 마을 이름이 이어진다. 쓰리랑이라는 말과 뜻이 하나로 이어지는 수리봉 혹은 시리봉이란 지명은 연변과 조선반도에서 흔히 듣게 되는 지명인데 독수리 혹은 부엉이가 산다고 그 명칭이 붙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거개가 지세가 험준하게 솟은 산세를 보여주고 있으며 만주어 sehehun 몽골어sunder 와 뜻과 소리가 근접되어 있다 .

아리랑과 쓰리랑의 어원을 따지고 보면 결국 북방언어계통에서 산이라는 큰 맥락과 하나로 이어진다. 오늘날 아리랑 노래의 이러 저러한 버전들은 그 옛날 산간지대의 세태와 정서를 촘촘히 엮어놓은 노래 가락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산천 곳곳마다 수많은 이별의 전설이 깃들어 있고 그런 전설은 하나같이 비극적 사연들로 이어지고 있다. 1926년 나은규가 연출한 아리랑 영화는 비극미(悲劇美)가 관중들의 정서를 압도한다. 영화에서 주인공이 산 고개를 오르는 장면에서 아리랑노래가 울려 나오는데 아리랑이 의미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고속터널이 뚫린 오늘날에 와서 차들이 산 아래 땅속을 질주할 뿐 아리랑 고개에 오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직선과 속도 자본 효율성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고갯마루의 구불구불한 오솔길과 마을 취락문화들은 이미 아득히 먼 옛날이야기로 전락되고 있다. 하지만 고갯길에 얽히고 깃든 역사를 펼쳐보면 선인들의 굴곡진 삶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스며 있다. 거창한 우리 역사의 흐름에서 한줄기 작은 가닥을 더듬어 보고 아리랑과 쓰리랑에 대한 섣부른 단정은 경거망동 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리랑의 진실한 뜻에 한 걸음 다가서려고 덤빈 시도는 유익한 일이다. 이는 아리랑 노래에 내려앉은 세월이 우리에게 너무나도 무겁게 쌓이고 쌓여 이제는 그 뿌리를 알려고 또 그 뿌리를 놓치지 않으려는 우리 나름대로의 처절한 몸부림일지도 모른다.

북방소수민족언어는 몽골족 만주족들만 독차지 하고 썼던 타자의 언어가 아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 민족을 포함한 수많은 북방소수민족들이 함께 공유하였던 언어로서 과거 역사를 풀어내는 블랙박스이기도 하다. 아리랑과 쓰리랑이라는 말은 우리 언어의 비밀들을 풀어나갈 수 있도록 관건적인 실 머리를 제공하고 있으며 우리 언어연구 시야를 폭넓게 펼쳐보여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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