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철우 (낫소카운티 정보기술국 부국장, KAPAC(한미공공정책위원회) 회장 ]

[JCRC주최 'Stand for Freedom in Iran Rally' 에서 연설하는 이철우 회장

미국에서 커뮤니티 리더가 되고나면 종종 대중들 앞에서 연설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게 된다. 이젠 지방정부의 고위공직자로서 카운티를 대표해서 여러 민족의 회합에 참여하다보니 그 기회가 제법 많다.

대중들 앞에 서는 일은 누구에게나 매우 부담스럽고 또 떨리는 일 일진데 그것도 한인이 아닌 외국인들 수백 명 때로는 수천 명 앞에서 연설을 하려고 하면, 항상 연설 요구에 응한 것을 후회하면서 연설을 마칠 때 까지는 정말 죽을 노릇이다.

일단 연단에 서게 되면 어찌 되었던 그 시간은 나의 시간이고 내가 잘하든 못하든 청중들은 나를 주목하게 된다. 맨 처음 톰 수오지의 요청으로 롱아일랜드 지역 유지 천여 명 가까이 모인 자리에서 그의 지지 연설을 갑자기 부탁받고 즉흥연설을 하게 되었지만 뜻밖에도 성공적인 연설로 주목을 받아 단번에 스타덤에 오른 적이 있다. 이들이 설마 아시아인이 자신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연설을 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그 후로는 친한 친지의 권유를 받고 미리 연설문을 작성하여 읽곤 했다. 그렇지만 대중들 앞에서 연설문을 읽다보면, 아무래도 대중들과 눈을 마주보기 어렵게 되고 따라서 그만큼 청중들의 마음과 소통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가 어렵게 된다.

2009년 9월 24일 정오에 올해도 JCRC(유대인커뮤니티위원회)의 주관으로 유엔본부 앞의 함마슐드광장의 전체 블록을 막아놓고 약 만여 명의 유대인들이 모여서 이란의 인권문제를 성토하는 거대한 궐기대회가 있었다. 평일 대낮에 뉴욕 맨해튼의 한복판에 노인들도 아닌 일반 유대인들이 만 명이나 모여서 궐기대회를 한다는 것은 JCRC의 강력한 지도력과 유대인들의 결집력이 아니면 절대 불가능한일이다.

KAPAC(한미공공정책위원회)은 한인사회를 대표하여 4명이 VIP로 초대를 받았고, 본인은 영광스럽게도 연사로 초청을 받았다. 이날 연사에는 뉴욕주지사는 물론 줄리아니 전 시장, 노벨상 수상자 등 쟁쟁한 인사들이 초대되었다. 이 자리에 끼어 보고자 단상아래 모인 많은 인사들이 다 내로라하는 정치인들이었다. 이들은 모두 연설문을 꺼내 놓고 읽는 연습을 하느라 난리들이었다. 그렇지만 이들에게 모두 연설의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만 명의 유대인을 앞에 놓고 유일한 아시아인인 내가 뭐라고 말을 해야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인가를 생각했다. 더구나 다음날 예정된 한국방문을 위한 준비 때문에 연설문을 준비 할 시간조차 없었다.

나의 메시지는 간단했다. “한국국민은 일본제국주의의 폭압 속에서 20만이 넘는 어린여인들이 정신대로 끌려가 수도 없는 강간을 당하고 종래 죽음을 당했으며, 백만이 넘는 남자들이 징용으로 끌려가 노예노동을 한 아픈 과거가 있다. 내가 얼마 전 이스라엘을 방문하여 홀로코스트 뮤지엄을 가보았는데 매우 가슴 아픈 동병상련을 느꼈고 마음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이 사실을 인정하려하지 않으려는 이란 대통령을 이해 할 수가 없다.

또한 얼마 전 레아라는 어린 소녀가 반정부 데모를 하다가 총을 맞고 피 흘리며 죽어가는 모습을 TV화면으로 보았는데, 한국도 민주화의 과정 속에서 수많은 순수한 피를 흘린 적이 있다. 그렇지만 이 피는 민주화를 염원하는 민중의 소망에 자양분이 되어 오늘날의 위대한 민주국가를 이루는데 근간이 되었다. 따라서 이란도 이와 같은 고귀한 피가 이란 민중의 민주화를 향한 염원에 훌륭한 자양분이 되어 인권을 존중하고 국민을 아끼는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되리라고 확실히 믿는다. 사랑과 평화를 신봉하지 않는 종교는 인류를 위해 존재 할 의미가 없으며, 자국민을 아끼고 살피지 않는 정부는 존속해야 할 가치가 없는 것이다. 이란의 자유민주주의에 신의 가호가 있기를 기원한다“는 내용으로 연설을 마쳤다.

어쩔 수 없이 즉흥적으로 한 연설이었지만, 이들은 열광 했고 수많은 박수와 찬사를 보내주었다. 이례적으로 행사를 주관 한 JCRC의 CEO인 Mike Miller가 직접 연단을 따라 내려와서 고맙다고 악수를 청하는 것을 보고는 나의 메시지가 이들에게 힘 있게 전달되었다고 느꼈다.

청중의 숫자가 많을수록 어렵고 떨려도 진정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신념의 목소리를 들려줄 때 이들과 한마음이 되는 것이다. 화려한 수사와 미사어구보다는 순수하고 진실한 마음은 언어의 장벽을 넘어 인류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미국의 맨해튼의 한복판에서 만 명이 넘는 유대인들 대중 앞에서 떨지 않고 할 말을 다 할 수 있게 훈련시켜준 한국의 사관학교 교육은 오늘날 세계 최강의 정예군을 만든 한국 군교육의 정수라고 느끼게 된다. 


(위 기사에 대한 권리는 KAPAC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