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류의 당사자인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 본질은 모른 채 어리둥절해하거나 우연처럼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KBS는 물론이고 조선의 사간원(司諫院) 역할을 하고 있는 KTV 조차도 한류의 본질은 간과한 채 그냥 바람직한 현상, 일시적이지만 계속 이어져야할 사건 정도로 여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면서 겸손의 미덕을 발휘하고 있다면 참으로 다행한 일입니다. 그러나 사건이나 현상은 역사 속에서 분석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 보존을 하든, 경계를 하던 할 수 있습니다.

한류가 시작된 배경에는 일본의 착각이 한 몫 한 우연도 있습니다. 일본이 영상물 시장을 상호 개방하자고 꾸준히 요구를 해왔고, IMF로 차관이 급한 처지에 개방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시장을 개방할 때 일본이 “향후 50년간 한국은 영상물을 만들지 않아도 된다. 우리 것만 봐도 충분하다”고 호언장담 했습니다. 결과는 처음으로 방영한 "겨울연가" 한방으로 결론이 나버렸지요.

이런 결과가 겨울연가와 배용준 때문이었을까요? 역사의식 없이 국적 없는 프로그램을 양산하고 있는 몇몇 방송관계자들을 보며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고려왕조 500년, 조선왕조 600년의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문화와 철학은 하루아침에 창조되지 않습니다. 문화는 돈이나 정치로는 절대로 발전할 수 없는 특징이 있습니다. 돈만 많은 일본이나 문화에 정치가 깊숙이 개입되어 있는 일본, 중국, 미국 등 열강들은 절대로 문화를 발전시킬 수 없습니다. 미국의 문화와 철학은 독립전쟁이후 발전이 멈춘 듯합니다. 일본은 영국의 식민지하에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시행한 명치유신이후에도 문화와 철학은 진보를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소고기스튜에서 햄버거로, 날 생선에서 스시(초밥)로 이름과 겉모습만 바뀌었을 뿐 그 근본은 바뀐 게 없습니다. 문화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음 4가지 조건들이 동시에 충족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첫째, 정치적 안정. 둘째, 안정의 오랜 지속(수백 년). 셋째, 경제적 풍요. 넷째, 정치적 개입 불허입니다.

일본은 명치유신 이전에 정치적 안정을 이룬 적이 거의 없었고, 수백 년간 지속되지도 못했으며 문화는 정치의 도구로만 이용되었습니다. 최근에 경제적인 풍요만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현재 대부분의 일본사람들은 맞벌이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미국과 같이 대중빈곤의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일본은 위의 4가지 조건 모두가 충족된 적이 역사상 한 번도 없었습니다. 이는 아프리카 원주민들이 국부만 가리고 사는 모습과 100년 전 훈도시만 입고 밭일을 했던 일본사람들을 비교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미국, 중국, 호주, 영국, 등은 어떨까요?

우리나라는 신라 1,000년, 고려와 조선시대 1,000년 동안 위의 4가지 조건을 거의 완벽하게 이루어냈습니다. 당쟁과 외침은 있었지만 대중과는 무관하거나 일시적인 것이었고 위의 조건들에 크게 위배되지 않았습니다. 퇴계선생의 교육철학으로 인해 아직도 우리나라사람들이 자식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고, 김치로 함축되는 음식문화, 온돌의 주거문화, 지고지순의 백의문화, 등 의식주, 교육에서 타민족들과 비교할 수도 없는 철학과 문화를 갖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사람들은 정말 별난 민족입니다. 단군의 홍익사상이래 불교, 유교, 민족종교, 기독교 등의 영향으로 ‘사랑의 제도화’라는 선물을 우리나라 사람들 모두가 갖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본사람들이 좋아하는 권위적인 것, 인위적인 것을 가장 싫어하며, 중국 사람들이 신봉하는 가식적인 것, 술수, 모략들을 제일 싫어합니다. 또한, 서양 사람들이 숭배하는 폭력과 비현실적인 것들을 아주 싫어합니다. 자연스럽고, 솔직하고, 깨끗한 것, 그리고 인간 본연의 심성에 관심을 갖습니다. 이것이 한류의 근본이고 겨울연가의 밑바탕입니다.

한류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위의 4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할 것입니다. 일본과 미국의 언론처럼, 또는 히틀러가 괴벨스를 기용하듯, 무능한 KBS사장을 대통령이 코드인사 하는 것처럼 정치가 언론을 장악해서는 안 됩니다. 천재적 소질과 세계 최고의 문화를 이룩한 민족임을 간과하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조상들이 만들고 발전시킨 문화의 자존감을 되찾아야 합니다. 이는 우리의 문화가 서양의 배타적(이기주의, 개인주의)이고 폭력적(관능주의, 피상주의, 우월주의)인 문화들을 배격하고 조화와 상생을 추구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