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련 / 태경그룹 회장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은 오래전부터 한국인의 천성이 유별나게 경쟁적이었다는 의미이기도 한데 이런 경쟁심은 한국인을 부지런하게 만들고 6·25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의 재건, IMF 위기 탈출과 이후의 눈부신 성장, 민주화 등 빠른 발전의 원동력이 됐을 것이다.

한국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학교에서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보다는 다른 학생들을 앞지르는 것을 더 원한다. 무조건 최고가 되기를 바라는 한국의 교육과 비교하면 유대인의 교육은 대조적이다. 5000년에 걸쳐 쌓아온 유대인의 지혜가 담긴 탈무드에서 알 수 있듯 교육의 목표는 `나`보다는 `우리`를 중시하는 단결과 협동정신이다.

필자가 트렌드 컨설팅 회사를 운영할 때 세계 1위 온라인 패션 트렌드 정보 회사와 제휴하면서 가장 놀랐던 사실은 뉴욕에 있는 이 회사의 CEO가 이스라엘에서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이민 온 유대인인데 이민 즉시 바로 창업해서 3년 만에 세계 1위가 됐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그렇게 빠른 시간 안에 배타적인 뉴욕 패션계에서 확고한 기반을 확보하게 됐는지 궁금해서 질문했더니 뉴욕에서 패션 업종에 종사하는 유대인들이 적극 지원해줘서 가능했다고 한다. 유대인들은 같은 업종에 있는 유대인들을 결코 경쟁자로 생각하지 않고 동일 업종에서 유대인들 파이를 키워서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유대인들의 파워를 확고히 할 수 있는 동반자로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그렇게 오랫동안 탄압을 받아왔던 유대인들이 세계의 중심에서 어떻게 당당히 주역이 됐는지 정확히 이해하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성공은 한국 기업들끼리 서로 경쟁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면 세계 시장에 나가서도 각자 경쟁해서 이기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모든 산업의 경계가 무너지고 글로벌 최고 강자만이 살아남은 현재,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협력을 통해 빠른 속도로 시장을 선점해야만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세계 최고 강자들인 아마존 구글 애플 MS 등은 이미 작년부터 미래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를 선점하기 위해 초협력을 시작했다. SK텔레콤과 삼성전자, 카카오 등 국내 대표 ICT 기업 3사가 뭉쳐 초협력 AI 협의체를 출범시킨다고 한다. 이젠 한국인들도 경쟁심을 성장의 동력으로 삼기보다는 유대인처럼 함께 뭉쳐 우리의 전체 파이를 키워서 성장하는 방식으로 의식 전환을 확실히 해야만 치열한 정글에서 승자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