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 70년, 사할린한인의 가슴 아픈 역사는 계속되고 있다. 조국으로부터 잊어진 그들, 아니 버려진 그들의 한 맺힌 역사에 대한 회복을 위해, 몸부림치며 사할린한인들의 희망의 싹을 틔워가려는 몸짓이 시작되었다.

지난 8월 28일 막바지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는 ‘지구촌동포연대(KIN-대표 배덕호)’ 주최, 사할린한인의 역사회복을 위한「사할린 희망 캠페인단」창립식이 열렸다.

일제강점기 일제의 토지수탈로 인하여 토지를 잃고 살 길을 찾아 사할린으로 이주한 동포와 일제가 전쟁으로 물자 조달과 노동력을 해결하기 위해 탄광노동자로 강제 동원하여 사할린에 거주한 이들이 사할린한인들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반부에 연합군이 제공권을 장악하게 되자 일제는 사할린에서의 석탄 수송이 어렵게 되었고 그 해결 방편의 하나로 일본 내 탄광을 통해 물자를 조달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한인(韓人) 탄광노무자가 일제의 ‘가족원호(家族援護)’, ‘징용원호(徵用援護)’를 내세운 회유와 통제 하에 징용당하여 이산(離散)의 아픔을 겪어야 했다.

이중징용으로 일본으로 건너간 한인노동자 대부분의 생사는 알 길이 없다. 사할린에 남은 가족들은 이산의 아픔과 함께 가장(家長)을 잃고 난 후 생활고, 민족적 차별과 결손가정이라는 사회적 차별, 가정의 해체로 인한 후유증 등과 같은 정신적, 물질적 고통을 당하게 되었다.

1945년 우리는 해방을 맞이했지만, 4만 3천명의 조선인들은 ‘동토의 땅’ 사할린에 버려진 채 64년의 세월이 흘렀다. 현재 사할린에는 약 3만여 명의 한인들이 살고 있다.

2차 대전 종료 후 소련군이 얄타협정에 따라 사할린을 점유하게 되자 사할린에 잔류되어 있던 한인과 일본인의 송환문제가 대두되어 소련은 일본의 수용의사만 있으면 한인들까지 인 귀환시킬 용의가 있다고 하였으나 일본은 일본 국적을 기준으로 하여 일인들만 송환하였다.

당시 미군정에 의해 통치되던 한국은 외교적 보호권을 행사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기에 사할린 한인들은 일본으로도, 조국인 한국으로도 돌아가지 못하고 남게 된 것이다. 그 후 사할린잔류자에 대한 단체설립, 소송제기, 일본국회에 사할린한인 잔류문제 해결 촉구 등의 활동이 있었지만 60년대까지는 일본과 한국의 국회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1980년대 말에 사할린한인들의 귀환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하여 한인1세들의 모국방문을 시작으로 1992년부터 본격적인 영주귀국사업이 추진되었다. 2007년까지 2,221명이 영주귀국의 꿈을 이루게 되었고, 2009년까지 3년에 걸쳐 대규모 영주귀국사업을 진행할 예정으로 있다.

그러나 영주귀국 조건에는 가족을 동반할 수 없다는 항목이 있어 자식들을 사할린에 두고 혼자만 귀국해야만 하는 또 다른 이산가족의 문제를 정부가 양산하고 있는 실정이다.

▲ 행사에 참가한 사할린한인 영주귀국자와 관계자들

일제에 의해 강제 동원된 사할린한인에 대한 일본의 국가적 차원의 공식사과와 배상, 원상회복 등은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수십 년간 귀환할 기본 권리마저 박탈당한 채 한 맺힌 삶을 살아온 사할린한인에 대해 일본은 인도적 책임만을 운운하며 일부지원금을 통해 한인들의 분열을 조장하는 등 책임회피를 시도하고 있지만 일차적 책임은 분명히 일본에 있다.

한국정부의 깊지 못한 사할린동포정책 또한 비난받아 마땅할 일이다. 한국정부의 지원금을 둘러싼 사할린 한인단들의 이합집산과 갈등 또한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과제임에 틀림없다.

강제동원 70년의 세월동안 많은 한인1세들이 세상을 떠나고 있다. 역사 속에 묻혀버릴지도 모를 사할린한인들에 대한 우리의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오랫동안 사할린한인 문제해결을 위해 활동을 해온 지구촌동포연대(KIN)의 대덕호 대표는 사할린한인 역사회복 캠페인을 전개하면서 「사할린 희망 캠페인단」구성을 통해 구체적인 활동을 전개해 나아가겠다고 말한다.

「사할린 희망 캠페인단」은 앞으로 ‘사할린동포영주귀국및정착지원에관한특별법’(가칭) 제정, 사할린한인 강제동원 역사기념관 건립, 잔류한인 생계지원 국민모금운동, 일본에 대한 대일소송, 사할린 한인을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 현행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 제기, UN에 사할린 한인 문제 제기, ‘사할린한인을 생각하는 의원모임’ 결성, 사할린한인 인권 실태조사 등을 구체 활동으로 정하고 캠페인을 펼쳐 나아갈 것이라 밝혔다.

「사할린 희망 캠페인단」창립식에서 오충일 목사는 인사말을 통해 “정신없이 살다보니 사할린동포를 살필 수 없었던 부끄러운 과거가 있다”며 “이제라도 함께 열어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강성종 의원은 “나라가 힘이 없어 국민을 지켜주지 못했다. 이러한 역사를 잊어버리지 않겠다. 다시는 책임지지 못하는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희망 캠페인단에 참여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한명숙 전 총리는 사할린을 방문했을 당시 “깡패에게 얻어맞는 자식을 두고 어머니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 얻어맞아 죽어가는 자식의 치료가 먼저인가, 깡패에게 따지기만 하는 기싸움만 하는 것이 먼저인가”라고 묻는 사할린동포의 울부짖음에 할 말을 잃었다며 그동안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법안통과가 무산된 ‘사할린동포 지원 특별법안’에 대한 재추진 입장을 밝혔다.

창립식과 워크숍을 겸한 이 날 행사에는 정세균 민주당 대표, 한명숙 전 총리, 오충일 목사, 이구홍 전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강성종 의원(한나라당), 김영진 의원(민주당), 몽산 스님,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노영돈 인천대 교수, 임채완 전남대 교수, 가수 이혜미를 비롯한 정치인, 학계, 재외동포관련 단체, 영주 귀국한 사할린 동포 등 200여명의 인사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창립식 행사에 이은 워크숍에서는 ‘사할린 한인들’에 대한 증언과 인천,안산지역 영주귀국 사할린한인 800명을 대상으로한 ‘생활 실태조사’ 발표되었으며, 사할린 지역 한인 묘지 실태, 현지 추모시설 건립 문제, 유해봉환 문제 등이 논의되었다.

「사할린 희망 캠페인단」일행은 9월 2일부터 6일까지 사할린을 방문하여 사할린 한인단체들과 앞으로의 활동에 대한 공동대응을 논의하였다. 

                                                                           [ 김도균 기자 tebba@oktime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