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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범 사건에 대한 소고(小考)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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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9.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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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수 박재범
박재범 사건의 개요

인기그룹 2PM의 리더 박재범씨가 연습생이던 시절 2005년에 미국 인터넷 사이트 '마이페이스'에 사적인 개인감정을 토로하는 글('한국은 넌덜머리가 난다(gay)', '한국인은 이상하다', '내가 하는 저질 랩을 잘한다고 칭찬한다', '정말 둔감하다' 등)이 유포되자 많은 네티즌들이 이를 비난하며 논쟁이 시작되었다. 이에 박재범씨는 팬 사이트에 사과 글을 올렸지만 악성댓글과 네티즌의 비난성 공격을 무마하지 못하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언론이 이 사건을 보도한지 4일 만에 2PM을 탈퇴하고 미국으로 출국하기에 이르렀다.

감각문화와 언론의 광기
한 젊은 가수의 신중하지 못한 처신은 자신과 많은 교포들에게 상처를 남긴 듯하다. 짧은 시간에 이렇듯 교포사회에 큰 반향(反響)을 일으키며 우리사회의 단면을 보는 사건도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어떤 사람에게는 한낱 소동에 불과한 사건으로 치부할 수도 있을 법한, 그런 사건이 있었는지 조차 모르고 지나칠 사건일 수도 있다.

그래도 이 사건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첫째는 그 사건의 당사자가 우리 교포라는 점이고 그것도 교포들의 정체성을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정보화 사회 속에 꿈틀대고 있는 여론의 광기와 재외동포에 대한 우리 국민의 선입관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이 사건을 통해 우리가 간과하고 미뤄두고 싶은 과제에 대한 해답과 논의를 시작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 때문이다.

인간은 신이 주신 타고난 선함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누구라도 절대적 선 앞에서는 악한 존재일 수밖에 없고 끝없이 자신의 욕망과 의지적인 만족을 위해 타인과의 갈등을 설정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인 듯하다. 문화적 혜택이 가져다주는 감각적인 기쁨과 만족, 평등화된 사회에서 누리는 자유로움의 향연(饗宴), 남에게 직접적인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권리라는 이름으로 행하는 뻔뻔함을 누리며 살고 있다.

노자 강의로 유명한 김용옥 교수가 강의 중에 “수백 년 수천 년 우리 조상들이 지금의 문명사회에 사는 우리들보다 철학과 사상이 뒤져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말이 생각이 난다.

우리 시대의 대중은 철학적 사고나 사상적 깊이를 접하기 보다는 문화적 감각을 읽히고 느끼기에도 바쁜 시대에 살고 있다. 인터넷이라는 매개체가 수많은 정보를 가져다주고 우리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이기(利器)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편리함속에 갇혀 있다가 따분해지고 무료해진 우리는 항상 감각적이고 화제가 될 만한 정보에 민감하다.

일부 언론은 언론 본연의 임무보다는 대중의 반응에 더 민감해하며, 의도적으로 대중의 감각을 채워주는 자극적 기사를 양산해 낸다. 검증되지 않는 기사를 거두절미하고 사회이슈화 할 재료로 판단하는 기자의 놀라운 동물적인 감각에 기가 막힐 따름이다.

기자가 제공하는 이슈화 할 먹잇감은 편협한 민족주의와 속 좁은 애국심에 불타는 네티즌을 통해 급속히 여론몰이화 된다. 다른 생각들을 언급하기에는 때가 늦은지 이미 오래다.

옳고 그름만을 따지는 사회
박재범의 글에 대한 네티즌의 반응은 옳고 그름만을 따지는 듯하다. 박재범의 글과 사회 이슈가 된 후 그의 처신에 대한 부분은 분명 아쉬운 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교포2세가 되어 우리나라에 돌아온 그가 겪었을 문화적 차이와 정체성은 어떠했을까. 친구와 스스럼없이 나눈 몇 마디 글을 두고 그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우리의 태도는 과연 옳은 것인가. 교포를 바라보며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 마음에는 악함이 항상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틀림이 없다. 누구나 연약하고 죄를 지을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죄를 지을 환경과 여건이 주어지지 않았을 뿐이지...
옳고 그름만으로 한 사건을 해결한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누구도 절대적인 선(옳음)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옳고 그름만을 따지는 식이 아니라 접하는 사건이 주는 중요함이다. 어떻게 그 문제를, 그 사건을 해결해 나갈 것인가 하는 부분에 방점(傍點) 을 두고 생각해 나간다면 훨씬 이상적으로 될 수 있을 것이다.

편협한 민족주의와 철없는 애국심은 당장의 만족을 줄지 몰라도 잃을 것이 너무 많다. 감각적으로 써대는 네티즌의 글을 하루아침에 정화할 수 없는 노릇이다. 문제는 옳고 그름만을 판단하도록 자극적으로 쓰는 기사가 아니라 네티즌들로 하여금 좀 더 합리적이고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한국민의 교포에 대한 이중성
박재범 사건이후 재미교포 사회의 반응은 착잡하고 화가 난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고국에서 전해져 오는 네티즌의 개념 없는 교포에 대한 편견 때문이다. 사건과는 상관없이 교포에 대한 편견, 잘못된 인식관이 교포들을 서글프게 만든다.
이 사건을 두고 국내 의식 있는 몇몇 네티즌의 글들을 통해 희망을 보게 된다. 교포지에 실린 칼럼들도 한국내 네티즌들의 의식을 촉구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느낀다.

오래전 교포에 대한 내국인의 시각은 “교포=조국을 등진 자”라는 것이었다. 십 수 년의 세월이 흘렀고 글로벌을 외치며 나아가는 오늘날의 한국 사회 모습에 아직도 그런 인식을 가진 자가 많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우리나라가 산업화와 경제성장을 이루는 과정에서 해외동포들로부터 도움 받은 것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선진 기술을 전수하고 공단을 조성하고 투자를 하고, 고국이 어려울 때마다 성금을 모아 보내오고, 정부에서 풀지 못하는 숱한 외교문제를 교포들이 앞장서서 이루어 낸 성과들은 부지기수이다.

우리 국민들은 교포들의 이러한 노력과 조국에 대한 사랑에는 너무 무관심하다. 해외교포들이 조국을 도울 때와 교포들의 아픔이 있을 때 교포들을 바라보는 국민의 감정이 너무 이중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현재 700만 명이 넘는 재외동포들이 해외에 살고 있다. 글로벌시대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동참하고 글로벌리더로 민족의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재외동포들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홍익(弘益) 의 정신을 바탕으로 주체적으로 한민족의 열린 사상을 드높이는 일을 언론이나 국민 모두가 자각하고 삶속에 하나씩 적용해 나가길 염원하는 바이다.

                                                                        [김도균 기자  tebba@oktime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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