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64주년을 앞둔 현재까지도 여전히 강제징용에 대한 보상과 체불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할아버지들이 있다.

끊임없이 법원에 소송을 내고 있지만 피해자들에게 강제로 일을 시켰던 회사들이 현재 존재하지 않고,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계속 패소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16일 서울고등법원은 강제징용 피해자 여 모씨(86) 등 4명이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이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옛 일본제철과 현재의 신일본제철이 같은 회사라 할 수 없고, 한ㆍ일 국교 정상화 시점인 1965년 6월 22일부터 시효를 기산하더라도 이미 그 시효가 소멸됐다"고 밝혔다.

여씨 등을 변호하고 있는 최봉태 변호사는 이에 대해 "일본 나고야 고등법원에서조차 강제동원을 했던 기업인 옛 미쓰비시중공업과 현재의 회사가 같은 회사라는 것을 인정했다"며 "일본에서도 같은 회사임을 인정해주고 있는데 우리 법원이 이런 판결을 내리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최 변호사는 또 "과연 한ㆍ일 청구권 협정을 통해서 징용 피해자 개인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없어진 것인지, 소멸시효 기산점을 언제로 정확하게 잡아야 하는지 판결문에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법원 측은 "신일본제철 등 일본 회사들이 소송을 막은 적이 없기 때문에 정상적인 소멸시효로 봐야 하며, 옛 일본제철과 신일본제철이 같은 회사라는 것을 입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최 변호사는 "법리적인 문제에 막혀 이를 법원에서 해결할 수 없다면 정치권에서 보상법이라도 제정해야 되는 것 아니냐"며 정치권의 관심을 촉구했다.

(출처 : 매일경제 고승연 기자 / 09.8.15)